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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폭격·죽음 공포에 떠는 75만 ‘가자지구 아이들’

등록 2012-11-18 20:35수정 2012-11-19 08:54

인구 절반가량 14살 미만 아동
14일 뒤 어린이 사망자 10여명
시내시설 공격 이후 피해 늘어
아이들에 ‘폭력과 죽음’ 일상화
이 “인간방패로 악용해” 주장도
“부모님은 집에 있으라고 하지만 우린 그러기 싫어요. 우리도 순교자를 보고 싶어요.”

무함마드 바크르(10)는 16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지거나 다친 이들이 실려 오고 있는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 기관인 시파 병원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소년은 제법 의젓한 얼굴로 <에이피>(AP) 통신에 “유대인이 쏘아대는 로켓 따위는 무섭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내 “그래도 조용할 때가 더 좋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006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한 혹독한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아이들에게 폭력과 죽음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무함마드의 사촌형 우다이(12)는 2008년 12월 폭격을 떠올리며 “당시 굉장히 많은 주검을 봤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팩트북’ 자료를 보면, 서울의 절반을 조금 넘는 넓이(360㎢)에 사는 가자지구 인구 171만명 가운데 만 14살 이하 아동은 44% 정도인 75만명에 달한다.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아이들을 향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2008년 이스라엘 공습 때 숨진 1400여명 가운데 어린이는 353명, 14일 이후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폭격으로 숨진 48명 가운데 어린이는 10명 안팎이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목표가 로켓 등 하마스의 군사 시설에서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의 집무실 등으로 확대되며 아이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17일 머리에 콘크리트 가루를 수북이 뒤집어쓴 수학 교사 호삼 다다는 파괴된 그의 집 안에서 뭔가 건질 만한 것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의 두 아이는 이웃에 살던 하마스 관리의 3층 집이 폭격을 맞을 때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옆집 하마스의 내무부 관리인 이브라힘 살라흐는 폭격을 맞아 두개골에 금이 갔다. 당시 집에는 다섯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2살 리나는 머리에 붕대를 둘렀고, 3살 된 오빠 무함마드는 얼굴에 난 상처도 잊은 채 몰려든 기자들에게 한눈을 팔고 있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로켓 옆에 아이들을 배치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아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16일 가자지구를 찾은 히샴 깐딜 이집트 총리는 하마스의 하니야 총리와 전세계 언론 앞에서 이번 폭격으로 숨진 마무드 사달라(4)의 주검이 실린 침상을 함께 미는 장면을 연출했다.

고통을 견디는 것은 결국 아이들의 몫이다. 이번 폭격으로 사촌 동생을 잃은 파레스(12)는 오른쪽 다리에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에이피> 통신에 “너무 무서워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7월, 지난 2008년 12월 폭격으로 부서진 집 대부분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아 많은 아이들이 4년째 텐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취학 아동 58.5%는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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