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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전쟁 시작한 이가 끝내야” 목소리 높이는 하마스

등록 2012-11-20 20:10수정 2012-11-20 22:20

강경한 ‘마슈알’ 영웅으로 부상
이집트도 하마스에 우호적
유화노선 압바스는 비난 직면
폭격 장기화땐 역풍 가능성도
열개가 넘는 아랍권 방송사들의 마이크를 앞에 두고 회색 머리와 구레나룻을 기른 단단한 표정의 사내는 거친 음성으로 웅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사진 기자들이 연신 플래시를 터뜨려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정전 협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1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는 하마스의 지도자 칼레드 마샬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을 향해 “이 전쟁을 시작한 이가 끝내야 한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중재 아래 정전하길 원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엔엔>(CNN) 등 외신들은 20일 마샬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 속에서 격상된 하마스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샬은 오랫동안 이스라엘 첩보 기관의 암살 대상이었기 때문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그랬던 그가 14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 이후 최강 이스라엘군과 맨몸으로 맞선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마스의 강경 노선은 가자 지구 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마음까지 뒤흔들고 있다. 대 이스라엘 정책을 놓고 하마스와 대립해 온 파타가 통치 중인 이 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비난의 대상으로 떠오른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유화책을 고집해 온 마무드 압바스 국가수반이다. 19일 집회에 참여한 피라스 카타쉬(20)는 “가자에서 그의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압바스는 (팔레스타인 정부청사가 있는) 라말라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압바스는 이달초 이스라엘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더 이상 (이스라엘에 점령된) 고향 마을에 돌아가 살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한 이스라엘 관리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압바스가 가자 지구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자기 영토에 대한 통제권도 없는 이가 어떻게 국가를 대표할 수 있냐“고 비아냥댔다.

하마스의 협상력을 높이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이집트다. 지난해 3월 ‘아랍의 봄’ 이후 등장한 무슬림 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은 전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때와는 달리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에 전면적인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2009년 1월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친미 무바라크 정권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은 이집트와 가자 지구를 잇는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많은 인도적 지원물자를 공급하고 있을뿐 아니라, 하마스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정전을 중재하고 있다.

익명의 한 팔레스타인 관리는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협상으로 얻지 못한 것을 하마스는 로켓을 통해 쟁취했다”며 지금의 상황을 간략히 정리했다. 그러나 폭격이 장기화돼 피해가 커진다면, 하마스의 강경 노선은 또다른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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