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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8일만에 정전 합의…이스라엘-하마스 모두 “우리가 이겼다”

등록 2012-11-22 20:11수정 2012-11-22 22:36

힐러리-이집트 외무장관 극적 발표
상호공격 금지·가자봉쇄 완화 약속
극단적 ‘이슬람 지하드’ 통제가 관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카멜 아무르 이집트 외교장관은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정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쪽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일체의 공격행위를 중단하고, 이스라엘은 24시간이 지난 뒤부터 가자 지구와 통하는 모든 검문소를 개방해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완화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이로써 14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군사 지도자 아흐마드 자바리를 정밀 타격해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번 가자 사태는 8일 만에 봉합됐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날 이집트의 중재로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라엘의 경제·문화 중심지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과격파의 소행으로 보이는 차량 폭발 사고가 터졌다. 그로 인해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이스라엘군이 즉각 보복 폭격에 나섰다. 확전의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가운데 정오 무렵 클린턴 장관이 카이로에 도착했다. 시급히 사태 수습에 나선 클린턴 장관은 7시간 뒤인 오후 7시30분 가까스로 정전협정을 알리는 기자회견 연단에 설 수 있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사태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쪽 모두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이란산 ‘파즈르-5’ 로켓을 앞세워 5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봉쇄를 뚫어냈고, 1월 조기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도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동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개별적으로 진행된 정전 수락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지도자칼리드 마슈알은 “(가자 지구를 타격한) 이스라엘의 모험이 실패했다”고 지적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수천개가 넘는 미사일 시설을 파괴했다”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집트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도 이번 사태를 적극 중재하며 이집트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이번 협상의 이면에는 미국과 이집트 사이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르시 대통령과 이 문제와 관련해 6번이나 통화를 주고 받으며 미국은 이스라엘을, 이집트는 하마스를 설득하는 등 역할을 분담했다.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연 클린턴 장관의 카이로 방문도 두 정상이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견줘 이스라엘에 유화책으로 일관해 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 수상은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남은 문제는 합의 내용의 이행 여부다. 공은 이미 이집트와 하마스에 넘어간 상태다. 이들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등 가자 지구 내 다른 극단주의 조직의 돌출행동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일궈낸 합의는 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네타냐후 총리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 방송 <채널 2>는 이스라엘 국민의 70%가 이번 정전협정에 반대한다는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흘려보냈다.

<알자지라>는 정전 소식이 전해진 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고 밝혔다. 일부 사람들은 차의 경적을 울리거나 지붕에 올라가 불을 피우고 하늘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모두가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말이 없는 것은 죽은 이들 뿐이다. 8일 동안 이어진 공습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162명, 이스라엘인은 5명으로 집계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 2008년 12월에 시작된 1차 사태 때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 지구에 진입하면서 1400여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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