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S “외국인질 30명 사망·실종”
인질 국적 영·일등 최소 10개국
인질극 계속돼 피해 더 늘 수도
영국 정부, 일방처리에 불쾌감
일본 “안전 최우선” 강력 항의
인질 국적 영·일등 최소 10개국
인질극 계속돼 피해 더 늘 수도
영국 정부, 일방처리에 불쾌감
일본 “안전 최우선” 강력 항의
알제리의 ‘무모한’ 인질 구출작전이 수십명의 외국인을 사망시켰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알제리 국영통신사 <에이피에스>(APS)는 18일 구출작전 도중 30여명의 외국인 인질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알제리 군부가 100여명의 외국인 인질을 포함해 650명의 인질을 구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모두 132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인질 중 30여명이 비는 수다. 이들은 사망했거나 아직 인질로 잡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과격파가 장악한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유전시설에는 아직도 인질극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어 인명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대규모 참사가 빚어진 것은 알제리 군부가 인질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구출작전을 강행한 탓으로 보인다. 알제리군은 인질이 된 외국인의 해당 국가에도 구출작전을 미리 알리지 않고 공격을 서둘렀다. 인질로 잡힌 외국인의 국적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최소 10개국에 이른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알제리군 특수부대의 군사작전이 개시됐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작전 시작으로부터 여러 시간이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영국 시각)이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총리는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알제리 총리와의 전화통화 과정에서 이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보도했다. 자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중대 사안에 대한 알제리 정부의 일방적인 일 처리에 놀란 영국 정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남아를 순방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며 알제리 정부에 강력 항의했지만, 작전은 이미 수행된 뒤였다.
알제리 정부는 “많은 인질을 해방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했다. 그 와중에 일부 사람들이 죽고 다친 것은 유감”(무함마드 사이드 벨라이드 공보부 장관)이라고 말했다. <에이피> 통신은 “알제리 정부는 구출 작전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도 거부했다. 미국이 감시용 무인기(드론)를 파견했지만 별 성과는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굉장히 혼란스런 상황”이라고 알제리 정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 분석기업인 스트랫포는 알제리 정부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에 대해 “알제리가 외국과의 협조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자국의 목표를 전략적으로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알제리는 1991년 12월 총선거 직후 정부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사이의 갈등이 폭발해 9년에 걸친 내전을 겪었다. 이 기간 동안 최대 20만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다. 혼란을 수습한 알제리는 원유·천연가스 등 개발에 적극 나서 매년 2~3%의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스트랫포는 “인아메나스 주변 지역의 연간 천연가스 생산량은 90억㎥로 알제리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알제리는 테러를 용인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스트랫포는 “말리에 거점을 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자원 개발 시설을 점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이 확인됐다”며 제2, 제3의 테러 사태를 예상했다. 알제리 원유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들어 서구의 본격적인 개입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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