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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반정부시위 확산…3개 도시 비상사태

등록 2013-01-28 20:14수정 2013-01-29 08:25

‘혁명 이후’ 2년 혼란과 좌절
성장률 떨어지고 물가는 폭등
IMF 구제금융 결단도 못내려
서민불만 당분간 혼란 불가피
하루 평균 4.5달러를 버는 미니버스 운전사인 라마단 칼라프 아민(24)은 세계가 잘 모르는 이집트 혁명의 또다른 얼굴이다. 그는 2년 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30년 동안 이집트를 철권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으로부터 백기를 받아낸 ‘혁명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이후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민이 느낀 것은 극도의 혼란과 깊은 좌절뿐이었다. 그는 23일치 미국 <타임> 인터뷰에서 “내가 사는 빈민가 사람들은 가난할 뿐 아니라 교육도 받지 못했다.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5일 혁명 2주년을 맞은 이집트는 다시 한번 혼란의 한가운데 있다. 지난해 2월 수에즈 운하의 지중해 쪽 입구에 자리잡은 도시인 포트사이드에서 벌어진 축구장 난동 사건에 대한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는 사흘째 계속돼 28일 현재 사망자는 최소 44명, 부상자는 300명을 넘었다. 그와 함께 혁명 2주년을 맞아 24일부터 무르시 정권의 실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등 전국에서 이어져 12명이 숨졌다. <알자지라>는 “이집트 21개 주 가운데 12개 주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혼란을 보다 못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27일 밤 국영방송에 출연해 포트사이드, 수에즈, 이스마일리아 등 세 도시에 ‘비상사태’를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도시에는 27일 자정부터 앞으로 30일 동안 밤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이 금지되고, 정당한 사법절차를 거쳐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제한된다. <뉴욕 타임스>는 “과거 무바라크 정권이 사용했던 억압책을 시민의 손으로 당선된 무르시 정권이 사용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외신들은 이집트군이 이미 도시에 투입돼 주요 건물들을 장악한 상태라고 전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포트사이드 판결에 대한 항의가 커진 배경에는 무르시 정권에 대한 서민들의 뿌리 깊은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전임 무바라크 정권 시절인 2009년과 2010년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4.6%와 5.2%였지만, 혁명 이후인 2011년과 2012년 성장률은 각각 1.8%와 1.9%에 그쳤다. 2년 동안 관광업 등의 타격으로 실업률은 10%대에서 14% 안팎까지 치솟았고, 이집트 파운드화의 가치는 12.5%나 절하된 상태다. 파운드화 하락은 수입 물가의 폭등으로 이어져 밀과 설탕 등 생필품 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무르시 정권은 경제난을 헤쳐 나갈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개헌 등 산적한 정치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개혁을 뒷전에 미루면서 이집트 경제 회생에 필요한 48억달러에 달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일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무르시 대통령이 자금 지원의 대가로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고 있는 재정개혁안을 시행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르시의 긴급 담화도 거리의 폭력을 막지 못했다. <뉴욕 타임스>는 나일강 주변 도시와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충돌이 밤새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27일 밤 수에즈 등에서는 젊은이들이 9시 통금 조처에 맞서기 위해 밤샘시위를 진행했다. 이집트 야권의 연합체인 구국전선은 또다른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고, 이집트 현지 언론들은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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