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군시설 파괴” 주장
이스라엘군은 ‘침묵’ 모드
외신 “헤즈볼라 제공 무기차량”
이스라엘군은 ‘침묵’ 모드
외신 “헤즈볼라 제공 무기차량”
그날 새벽,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리아 국영 <사나>(SANA)통신은 30일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해 다마스쿠스와 레바논 국경 사이에 위치한 군 연구시설을 폭격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일체의 언급을 삼간 채 ‘침묵’ 모드로 돌입했고, <로이터> 통신 등 서구 언론들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날 파괴된 것은 시리아 정부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게 제공하려던 첨단무기를 실은 수송 차량”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들은 첨단무기가 화학무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까지 내놓았다.
이에 대해 시리아 정부는 수송 차량이 폭격을 받았다는 보도는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고, 반군은 “군 시설을 공격한 것은 우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체적 진실은 확인되지 않은 채,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태를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폭격이 이뤄진 주변 정황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공군이 군 시설과 같은 고정된 목표물을 겨냥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분석기업 ‘스트랫포’는 이날 이스라엘 전투기 편대가 번갈아 가며 시리아-레바논 국경지대에 장시간 머물렀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고정된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이라면 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현재 이스라엘은 레바논으로 이동할지 모르는 시리아 화학무기를 애타게 감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의 감시망에 묵과하기 어려운 위험 물질의 이동이 포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스트랫포는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이나 이스라엘 공군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SA-17과 같은 방공망 시스템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사드 부자의 42년 통치가 흔들리는 게 이스라엘에게 새로운 안보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정권이 흔들리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무기가 헤즈볼라 등 무장 세력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북부 국경 지대에 장사정포를 방어할 수 있는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 2개 포대를 새로 배치하는 등 사태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은 이스라엘군에 의한 2007년 9월 시리아 폭격이 그랬던 것처럼 상당 기간 수수께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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