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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야당 지도자 벨라이드 피살에 시위 확산
다시 뜨거워지는 ‘튀니지의 봄’

등록 2013-02-07 19:50수정 2013-02-07 21:59

성난 시민들, 도시서 또 대규모 집회
‘여당이 사건배후’ 의혹제기 잇따라
서방 언론 “2년전 대통령 하야 연상”

정부, ‘내각 해산’ 봉합책 제시 불구
야당, 대규모 파업추진 등 사태확산
“정권은 물러가라!”

6일 최루 연기가 가득한 튀니지의 거리로 성난 군중들이 다시 한 번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아랍의 봄’ 발상지인 수도 튀니스의 육중한 내무부 청사 앞으로 나아가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쏟아냈다. 진압 경찰들이 건물 주변에 철조망으로 된 보호막을 친 뒤 시민들을 흩어내기 위해 최루탄을 쏘아댔다.

노점상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잇단 민주화 시위를 불러온 ‘아랍의 봄’의 발원지이자, 혁명 이후 민주화 이행의 모범생으로 평가돼 온 튀니지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6일 이슬람주의 성향의 집권 여당 엔나흐다당을 매섭게 비판해 온 야권의 유력 정치인 쇼크리 벨라이드(47)의 암살 소식이 전해진 뒤, 정권을 비난하는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수도 튀니스는 물론 서부 가스파, 북동부 수세, 모나스디르 등 주요 도시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번 사건이 아랍의 봄 이후 발생한 첫번째 정치적 암살”이라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는 “내무부 앞으로 모여든 항의 인파는 2년 전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의 하야를 이끈 분위기를 연상시킨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벨라이드의 주검을 실은 영구차 뒤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행진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했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포착한 튀니지 정부는 재빨리 봉합책을 들고 나왔다. 하마디 제발리 튀니지 총리는 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 내각을 즉각 해산하고, 조속히 총선을 치르기 위해 실무적 기술 관료들로 구성된 새 내각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은 제발리 총리를 중심으로 정권을 유지해 가면서 새 선거를 위한 중립 내각을 꾸리겠다는 뜻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튀니지인들 대부분이 이번 사건의 배경에 엔나흐다당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혁명 이후 튀니지에서도 이집트나 리비아처럼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사이의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져왔다. <에이피>(AP) 통신은 “살리피스트들이 그들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폭력을 행사해 왔지만 정권은 이 사건들을 기소하기는커녕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좌파 활동가이자 인권 변호사인 벨라이드는 이런 폭력 사건의 배후에 엔나흐다당이 있다고 주장한 정치인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에도 이슬람세력이 중심이 된 내각에 일부 세속주의 정치가들을 입각시키기 위해 정부와 치열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튀니지 현지 언론은 벨라이드의 장례식은 8일로 예정됐지만, 가족들이 여당 쪽의 조문은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나흐다는 아랍어로 ‘각성’이라는 뜻으로 ‘무슬림형제단’을 뿌리로 1981년 결성됐다. 벤알리 정권 시절엔 불법 단체로 낙인 찍혔다가 혁명 이후 2011년 10월 치러진 제헌의회 선거에서 217석 가운데 89석을 획득해 정부를 이끌고 있다.

튀니지 정부는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반정부 세력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벨라이드가 속해 있던 민주애국당은 7일 전국 규모의 동시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슬람 색채가 강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헌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쳐 민주주의로 가는 튀니지의 여정은 애초 예상보다 더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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