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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가자지구 생명줄 ‘땅굴’ 파괴 위기

등록 2013-02-28 20:31수정 2013-02-28 20:57

이집트 접경 지하통로 2천여곳서
경제봉쇄 뒤 생필품 등 30% 조달
일부 무기밀매 공급 창구 구실에
이집트 법원 “안보위해 파괴해야”
팔레스타인, 물가·실업 폭등 우려
팔레스타인인 아부 빌랄(30)은 지난 4년 동안 가자 지구와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잇는 땅굴을 통해 시멘트나 자갈을 밀수해왔다. 그렇게 일해서 그가 버는 돈은 하루에 50세겔(1만5000원) 정도다.

그러나 지난 2주 동안엔 땅굴에 고인 물을 빼내느라 이틀밖에 작업을 하지 못했다. 이집트 치안 당국이 땅굴을 통해 오가는 무기 밀수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2일부터 구멍에 오수를 흘려 넣은 방식으로 폐쇄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집트 일간 <아흐람>과 인터뷰에서 “땅굴에서 작업을 하다 물에 휩쓸려 죽거나 직업을 잃은 뒤 굶어죽거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그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집트 카이로 행정법원이 26일 가자 지구와 시나이 반도를 연결하는 밀수용 땅굴을 모두 파괴할 것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파리드 타나구 이집트 행정법원 판사는 결정의 이유로 “땅굴은 위법이며 이집트의 치안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판결 직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국가 안보 보좌관인 잇삼 핫다드는 “이집트는 땅굴을 통한 양방향의 무기 밀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 사람들이 물자 구입을 위해 땅굴에 의존하게 된 것은 이스라엘에 의한 가혹한 경제 봉쇄가 시작된 2007년부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동안 이집트 쪽 국경을 통해 최대 2000여개로 추정되는 지하 땅굴을 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해왔다. <알자지라>는 “가자 지구 사람들에게 땅굴은 곧 생명선이다. 전체 물류량의 30%가 땅굴을 통하고 있고, ‘땅굴 산업’으로 먹고 사는 이들도 1만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가자 지구에서는 당장 물가 폭등과 실업률 상승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집트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이집트는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땅굴을 통해 가자 지구로 공급되는 무기 밀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리비아와 수단에서 흘러나온 무기들이 가자 지구 무장 세력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 더 많은 로켓이 가자 지구로 들어가면 더 많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땅굴은 이집트에 실제적인 안보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시나이 반도 국경지대를 지키던 이집트 국경수비대원 16명이 터널을 통해 건너온 무장 괴한의 공격에 숨진 사건은 이집트인들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사건 이후 무르시 대통령은 군부의 최대 실세였던 후사인 탄타위 국방장관의 은퇴를 명령하고, 군이 주장해 온 여러 권한들을 빼앗았다.

이집트 법원의 이번 판결은 야권의 총선 거부 선언과 심각한 경기 침체로 고심하고 있는 무르시 대통령에게 또 다른 난제를 떠안긴 꼴이 됐다. 무르시 자신은 물론 그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 형제단은 지금껏 같은 뿌리에서 파생한 하마스에 동정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무르시가 법원의 결정에 따를지는 분명치 않지만, 땅굴을 없애려는 최근 움직임과 같은 선상의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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