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개입 시사…무기 지원은 안해
미국이 시리아 반정부 세력에 6000만달러를 제공하는 등 시리아 사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시리아의 친구들’ 회의에 참가해 시리아 반정부 세력에게 6000만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친구들은 국제사회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이 만든 연합조직인 시리아 국민연합(SNCORF)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만든 지원체다.
미 국무부 관리는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반정부 세력에게 제공되는 6000만 달러는 시리아 국민연합이 시리아 북부 지역에 만든다고 한 이행정부가 “치안, 위생, 교육 등 행정기능을 갖추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반정부 세력에게 의약품과 식량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지원 안에 반정부 세력이 미국에 꾸준히 요구해 온 무기류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케리의 이번 발언은 시리아 사태에 대한 미국의 중요한 정책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은 터키 등 동맹국을 통해 반군을 간접 지원해왔을 뿐 직접 지원에는 난색을 표해왔다. 그러는 사이 시리아 내전은 2년째로 접어들며 벌써 7만여명이 사망했다. 보다 못한 시리아 국민연합은 23일 성명에서 “국제 사회에서 매일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범죄에 침묵한 탓에 2년 동안 학살이 이어졌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몇몇 유럽 나라들도 수일 내로 미국과 비슷한 취지의 선언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시리아 정부와 반군 사이에 대화를 유도했던 흐름이 힘을 잃고, 아사드 대통령의 하야를 강하게 압박하는 쪽으로 시리아 사태가 전개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케리는 다시 한번 시리아의 독재자인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이란이나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아 압도적인 전력을 갖는 시리아 정부군의 잔혹함 때문이다. 아사드 대통령에게는 더이상 시간이 없는 만큼 (하루빨리)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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