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0년 내놓은 보고서(<중국이 아프리카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나>)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의 경고
중, 자원 담보 SOC비용 빌려주고
싼 원료 수입한 뒤 공산품 되팔아
산업공동화·제조업 피해 잇따르자
“착취능력 가진 대국” 경고 목소리
FT “중국향한 매서운 채찍질” 지적
중, 자원 담보 SOC비용 빌려주고
싼 원료 수입한 뒤 공산품 되팔아
산업공동화·제조업 피해 잇따르자
“착취능력 가진 대국” 경고 목소리
FT “중국향한 매서운 채찍질” 지적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직물, 천, 가죽제품, 전분, 가구, 전자제품, 건축자재, 플라스틱 제품 등을 삽니다. 그렇지만 중국은 나이지리아에서 원유를 사갈 뿐이지요.”
아프리카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자원 대국 나이지리아의 라미도 사누시(사진) 중앙은행 총재가 12일치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제 잇속만 챙기기에 급급한 중국을 제국주의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신문 1·8면에 실린 장문의 기고문을 통해 “영국이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려고 아프리카와 인도로 진출한 것처럼 중국도 우리의 1차 자원을 확보한 뒤 공산품을 팔고 있다. 이는 식민주의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사누시 총재는 이어 “중국은 더이상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 동료가 아니라 서구와 같이 아프리카를 착취할 능력을 가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며 “아프리카가 지금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에 기꺼이 자신의 문호를 개방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누시 총재의 이번 발언을 “중국에 가해진 매서운 채찍질”이라고 평했다.
중국은 석유의 순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돌아선 1993년을 전후로 해외 자원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지역이 아프리카였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2004년부터 6년 연속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이 지역 국가들과 우의를 다졌고, 2006년에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등을 만들어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왔다.
그 덕에 지난 10여년간 중국과 아프리카의 경제는 급속히 밀접해졌다. 2011년 현재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량은 1663억달러로 2000년에 견줘 16배나 늘었다. 얼핏 보면, 아프리카의 수출액(930억)이 수입액(733억달러)보다 커 아프리카가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속내는 다르다. 아프리카의 수출품은 자연 자원이지만, 수입품은 거의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나타난 것은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맺고 있는 독특한 경제협력 모델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0년 내놓은 보고서(<중국이 아프리카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나>)를 보면, 중국은 아프리카 10개국과 자원을 담보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비용을 빌려주는 이른바 ‘앙골라 모델’에 기초를 둔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그래픽 참조)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대가로 중국 기업들에 공사를 맡기고 원금은 자원을 채취해 되갚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얻는 게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누시 총재는 “중국이 많은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있지만, 공사가 중국의 장비와 중국의 노동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아프리카에 이전되는 기술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취약한 아프리카의 제조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들에 밀려 피해를 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프리카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2.8%에서 10.5%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누시 총재는 이런 지적이 “아프리카가 중국과 결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우리는 계속 함께할 것이지만, 적어도 (중국에 대한) 환상은 걷어내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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