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견디기 힘든 ‘폭력의 기억’
울고있는 시리아 어린이들

등록 2013-03-13 20:19수정 2013-03-13 21:25

시리아 난민 캠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전쟁으로 인한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시리아 난민 캠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전쟁으로 인한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내전 2년’ 폭력·가족의 죽음·영양실조…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인권보고서
전쟁 트라우마 증언 빽빽이 담아
어린이 3명중 1명 폭행·총격 당해
남자아이는 인간방패 전쟁동원
내전 어린이 난민수 200만 달해

“우리는 한 방에 있었어요. 조금 뒤에 아빠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봤어요. 그리고 총에 맞았어요. 정말 슬퍼서, 울었어요.”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13일 공개한 ‘시리아 내전’에 대한 아동 인권 보고서(<공격 받고 있는 아이들>) 속에서 야스민(12)은 울고 있었다. 보고서 안에는 2년에 이르는 긴 내전의 와중에 시리아 아이들이 마주해야했던 폭력, 가족의 죽음, 영양실조, 질병, 전쟁 트라우마에 대한 증언들이 빽빽이 녹아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터뷰 조사를 거쳐 “시리아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이 폭행이나 총격을 당했고, 4명 가운데 3명은 주변인들의 사망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2년 전인 2011년 3월15일 시리아 남부의 작은 마을 다라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시작된 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대규모 학살과 보복을 거듭하며 서로에 대한 증오를 키워왔다. 어른들이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가 파괴되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밥을 굶으면 얼마 못가 영양실조에 걸려 죽게 된다. 영국 <가디언>은 “남자 아이들은 짐꾼, 정보원, 인간 방패 등으로 전쟁에 동원되고 있으며, 여자 아이들은 성폭행을 피하려고 일찍 결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영혼에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견디기 힘든 폭력의 기억이다. 시리아 어린이 니달은 “그들이 내 발 주변으로 총격을 가해 무서워서 막 뛰었다”고 말했고, 19개월 된 딸의 어머니 함마는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한 말이 ‘폭발’이었다”며 울었다. 시리아 아이들이 그린 그림엔 중무장한 헬리콥터, 비행기, 탱크, 바주카포 등이 등장하고, 히잡을 둘러쓴 여인이 총에 맞은 남자를 무릎에 뉘이고 오열하고 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태연하게 그린 아이도 있다.

아랍식 사회주의를 내건 바트당 일당 독재가 이어지던 시리아는 정치적 자유가 억압되긴 했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것이 변했다. 정부군은 반군 점령 지역의 빵집 주변에 길게 늘어선 인파에 폭격을 가하고, 연료·빵·식용유 등의 생필품의 가격이 다섯배나 올랐다. 두 세력 사이의 격전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의 유서 깊은 도시 알레포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비율은 90%에서 6%로 떨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3월 현재 요르단, 터키, 레바논, 이라크 등 주변국으로 흩어진 시리아 난민의 수가 86만1747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내전으로 인한 희생자는 7만명을 넘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시리아에 머무르고 있는 난민까지 합치면 내전으로 인한 어린이 난민의 수가 200만명에 이르리라고 추정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지적장애 여국화씨가 ‘아빠‘한테 당한 ‘7년의 지옥’
30억년 전 화성에 담수호?
새누리당 이준석 ‘노원병 출마 안할 것’
깊이 1000m 해저서… 일본, 세계 첫 메탄가스 시추 성공
간이중앙분리대, 교통사고 예방 ‘효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