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 시리아정부군 사살 장면
“반군도 극단주의 세력”
미 처지 더욱 난감해져
“반군도 극단주의 세력”
미 처지 더욱 난감해져
“우리는 신께 맹세한다. 우리는 보복할 것이다. 우리의 피를 두 배로 갚아줄 것이다. 오늘이 그날이다.”
가혹행위를 당한 듯 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무릎을 꿇은 시리아 정부군 병사 7명을 앞에 두고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반군 지도자 압둘 사마드 이사(37)는 선지자 같은 어조로 처형 소식을 알렸다. 이후 이사가 첫번째 포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고, 이후 추가로 6번의 총성이 더 울렸다.
이 동영상은 시리아 동부 이드리브주에서 올 봄께 촬영된 것으로 반군의 잔혹 행위에 염증을 느낀 반군 출신 병사가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5일치 1면에서 이 동영상 내용을 전하면서, “시리아 반군은 자신들이 타도하려는 정권과 마찬가지로 잔인하고 냉혹한 전술을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반군의 만행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을 공격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를 설득중인 미국 정부의 처지가 더욱 난감해졌다.
미국의 공격으로 정부군이 타격을 받으면, 이처럼 잔혹 행위를 일삼는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는 ‘시리아 딜레마’가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이 걷잡을 수 없는 피의 보복전으로 변한 것은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를 중심으로 뭉친 바샤르 아사드 정권과 다수파인 수니파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과 증오 때문이다.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는 1982년 하마 대학살을 통해 2만~4만여명의 수니파를 학살하고 권력을 강화했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 속에서 정부군을 잔인하게 처형한 이사의 부친도 하마 대학살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에서도 시리아 반군의 잔학 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4일 “반군 가운데도 온건한 세력들이 있다. 7만~10만여명의 반군 세력 가운데 15~20%만이 극단주의자”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를 제거하더라도 반군에게 시리아를 맡길 수 없다는 고민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