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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누가 IS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등록 2014-10-10 20:13수정 2014-10-10 22:26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이슬람국가(IS) 저지 및 와해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돼가고 있다. 논의만 무성할 뿐 아무도 이를 실행할 주체가 없다.

미국은 지난 8월8일부터 이라크 영내에서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데 이어, 9월23일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5개국을 동원해서 시리아 영내까지 공습을 확대했다. 두달 동안 공습이 연일 강화되는데도 이슬람국가는 버젓이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의 쿠르드족 마을 코바니를 거의 함락하고 있다. 드디어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코바니가 이슬람국가의 수중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공습만으로는 이슬람국가를 저지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이슬람국가를 와해하려면, 미국 등 연합국의 공습에다가 이슬람국가를 직접 제압할 지상군이 필수다. 미국은 애초부터 지상군 투입에 선을 그었다. 그럼 누가 지상군의 임무를 떠맡을 것인가? 이슬람국가의 진공을 바그다드 외곽까지 허용하고 패주한 이라크 정부군은 애초부터 아니었다. 미국의 공습에 동참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 요르단은 그럴 군사적 능력이 없다. 이들 국가는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자국 안보를 우려해 미군의 주둔까지 허락하며 미국에 매달렸다.

중동 역내에서 군사력을 나름대로 갖춘 나라는 이란, 터키다. 이란에는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를 돕기 위한 동인은 있다. 하지만 이란의 개입은 사우디 등 수니파 보수왕정들에 하늘이 두쪽 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시리아 내전의 온건파 반군들을 동원해 대적시킨다는 복안이다. 사우디는 자국에 훈련기지를 제공해 이들을 훈련시켜 투입하겠다고 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사분오열된 이들을 통일된 전투력으로 만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당장 동원가능한 자원은 쿠르드족 민병대들이다. 실제로 이라크 내 쿠르드족 민병대는 이라크 정부군과는 달리 이슬람국가의 진공을 저지하는 전투력과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코바니 전투에서 터키는 이슬람국가가 코바니의 쿠르드족 무장대원들을 뭉개는 것을 감상했다.

“테러리스트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외치는 것처럼 코바니에 비극은 없다. 쿠르드노동자당 역시 또 다른 테러단체이다. 우리가 다른 테러 단체와 싸우는 테러단체를 도와야만 한단 말인가? 코바니의 모든 민간인들은 지금 터키에 있다. 코바니에는 두 테러 단체 사이의 전쟁만 있다.” 터키 집권 정의개발당의 부총재 야신 악타이의 말이다.

코바니에서 싸우는 쿠르드족 주민방어단(YPG)은 터키의 쿠르드노동자당 세력이다. 쿠르드노동자당은 지난 30년간 독립을 놓고 터키와 싸워 3만명 이상이 죽었다. 터키는 차제에 ‘이이제이’ 전법으로 골칫거리 쿠르드족 문제를 처리하려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려고 한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터키는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대에 버퍼존(완충지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완충지대에서 시리아 내 온건파 반군을 훈련시키고 발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완충지대는 쿠르드족 지역이다. 쿠르드족의 자치와 독립을 근원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또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해서도 공습을 해야만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역내 경쟁자인 아사드 정권을 차제에 완전히 손을 보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터키의 이런 입장은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슬람국가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누가 이슬람국가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이슬람국가라는 고양이는 주변의 멍청한 쥐들이 제 잇속 챙기기를 하는 동안 더 살만 찌고 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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