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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왜 IS가 아니라 예멘인가

등록 2015-03-27 19:20수정 2015-03-27 19:20

사우디 등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이슬람국가보다는 예멘 내전을 더 급박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20일 예멘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 부근 거리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후티 반군들. EPA 연합뉴스
사우디 등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이슬람국가보다는 예멘 내전을 더 급박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20일 예멘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 부근 거리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후티 반군들. EPA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은 중동에 재앙을 가져왔다. 국제 정치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세력균형이 중동 역내에서 무너졌다. 중동 한가운데에서 이슬람주의를 막고, 이란을 견제하던 방파제 역할을 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자리를 채우는 대안세력이 마련되지 못했다. 그 공백에 이슬람국가(IS)가 들어섰다. 여전히 비어 있는 그 세력공백은 폭력적인 분쟁을 잉태하며 메꿔지려 하고 있다.

이란의 세력 확산과 이를 막으려는 반작용이 중동 전역에서 시아파 대 수니파의 종파분쟁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결과, 이라크에 시아파 정부가 들어섰고 이란의 영향력이 증대했다. 미국 역시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이슬람국가의 탄생과 생존 역시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라크와 수니파 주민들을 배경으로 한 이슬람국가를 주변 세력들이 방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보수왕정들은 시아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타도하려고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수니파 반정부세력들을 지원했다. 그 지원은 대부분 이슬람국가 탄생에 기여했다. 지금도 사우디 등은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과 이라크 정부를 견제하려고 이슬람국가 격퇴를 말로만 공언하고 있다. 터키 역시 이라크 전쟁 이후 독립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쿠르드족 견제를 위해 이슬람국가를 방조하고 있다. 이슬람국가가 쿠르드족 주변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역시 내전 초기에 투옥됐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석방해주며 이슬람국가 탄생에 힘을 몰아줬다. 내전을 정부 대 이슬람주의 극단세력이라는 구도로 만들려고 했고, 성공했다. 이 내전을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의 전쟁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권 정통성을 만들려는 조처였다.

이슬람국가와 맞써 싸울 의지를 가진 쪽은 쿠르드족과 이라크 시아파 정부 정도이다. 이란이 그 공백을 비집고 들어왔다. 지난해 6월 이슬람국가가 선포된 이래 최초의 반격 공세인 티크리트 탈환 전투는 이라크 시아파 세력이 주축이 되고, 이란의 정예 혁명수비대가 도와주고 있다. 티크리트 탈환 전투는 사실상 시아파 대 수니파 전투로 진행됐다. 이란의 개입에 사우디 등이 우려를 보였다. 이에 로이드 오스틴 미군 중부사령관은 미군의 공습 지원을 발표하며 이는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민병대의 철수가 선행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슬람국가 격퇴 작전에서 더이상 이란의 개입과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는 의도이다.

사우디 등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이슬람국가보다는 예멘 내전을 더 급박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시아파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를 점령하자, 26일부터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집트도 파병을 결정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중동 수니파 국가들이 이렇게 연대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슬람국가와 알카에다도 후티 반군에 대한 테러 공세에 가담하고 있다. 비인도적 만행을 자행하는 이슬람국가는 모른 척하고,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에 맞서는 중동연합군까지 구성하는 중동 수니파 국가들의 모습에서 중동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사우디는 막바지로 치닫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되면, 자신들도 그러한 수준의 핵개발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란 핵협상은 이스라엘과 중동 수니파 국가들의 암묵적 연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부시 행정부 때 유엔대사를 지낸 존 볼턴은 이란의 핵폭탄을 막으려면 이란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원자로를 폭격한 사례를 들이민다. 이란 원자로 폭격을 공언했던 이스라엘한테 군사기술적 장애는 터키나 사우디 등의 영공 통과였다. 사우디 등의 방조 속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할 상황까지 중동분쟁이 난마처럼 악화되고 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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