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의 일부 지역을 장악하자, 유적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14일 촬영된 이 사진은 고대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 유적 일부를 담고 있다. 팔미라/AFP 연합뉴스
정부군 반격에 힘입어
고대 유적지 함락위기 벗어나
고대 유적지 함락위기 벗어나
시리아 사막에 있는 고대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의 유적들이 파괴의 위험에 직면했다.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고대도시 팔미라를 포위해 시리아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이슬람국가는 16일 팔미라 북부를 장악했다가, 17일 들어 정부군의 반격으로 퇴각했다. 팔미라는 17일 현재 정부군의 통제에 있으나, 최근 며칠 동안 이슬람국가에 의해 함락 위기를 겪었다.
라미 압둘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소장은 “이슬람국가가 시리아 정부군과의 교전 끝에 한때 팔미라 북부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팔미라 남서부 지역에는 기둥으로 이뤄진 거리, 원형경기장 등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적들이 있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이슬람국가가 문화재 지역에 진입한다면 3세기에 이곳을 다스리던 제노비아 여왕 시대 (로마에) 패했을 때보다 더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팔미라는 ‘사막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정도로 중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 중 하나다. 페르시아와 로마 제국 사이의 완충지대 구실을 하며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동서가 교차하는 팔미라의 건축물은 고대 로마와 그리스, 페르시아의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팔미라의 클레오파트라’로 불리는 3세기 제노비아 여왕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그는 어린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 하면서 로마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미모와 덕성, 무용까지 겸비한 여왕은 시리아 전역과 이집트 일부로 제국을 확장해나갔지만 273년 로마의 공격을 받아 패망의 길을 걸었고 도시의 성벽까지 파괴됐다.
이슬람국가는 올 3월 이라크 북부에 있는 고대 아시리아의 도시 님루드와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원형 요새 도시 하트라 유적지 등을 파괴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