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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리아 꼬마 난민’ 아버지 “내가 꿈꿨던 모든 게 끝났다”

등록 2015-09-04 19:30수정 2015-09-04 22:20

‘3살배기 난민 비극’ 아버지의 절규
세살 난 시리아 난민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가 3일 터키 물라의 시신 안치소에서 아일란과 또다른 아들 갈립, 아내의 주검을 확인한 뒤 오열하고 있다. 물라/AP 연합뉴스
세살 난 시리아 난민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가 3일 터키 물라의 시신 안치소에서 아일란과 또다른 아들 갈립, 아내의 주검을 확인한 뒤 오열하고 있다. 물라/AP 연합뉴스
“이젠 더이상 유럽으로 가고 싶지 않다. 어린 아들들과 아내의 주검을 고향 코바니로 데려가 묻어주고, 무덤가에서 앉아있고만 싶다.”

터키 해변에 떠밀려온 차가운 주검의 모습으로, 전세계에 시리아 난민들의 비극을 알린 3살난 아기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40)는 3일(현지시각) 가족들의 주검을 확인한 뒤 하염없이 흐느꼈다.

아일란은 태어난 뒤 하루도 평화를 누리지 못했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의 불길은 5년째 계속 번지고 있고, 정부군과 수많은 반정부군들, 이슬람국가(IS)까지 뒤얽혀 지옥 같은 상황으로 변했다. 압둘라와 레한(35) 쿠르디 부부는 아들 갈립(5)과 아일란이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탈출’을 거듭해야 했다. 2012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떠나 알레포로, 다시 고향 코바니로 전쟁의 불길을 피해 이주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이곳도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 휩싸였고, 가족은 간신히 터키로 탈출한 뒤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줄 나라를 찾으려 몸부림쳤다.

시리아 내전 불길 피해 전전하다
간신히 터키로 탈출하는 데 성공
캐나다행 무산된 뒤 유럽행 결심
브로커에 두번 속은 뒤 배탔지만
출발직후 배 전복 아내·두 아들 사망
“이젠 더이상 유럽 가고싶지 않아”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아일란을 천사가 하늘로 들어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아일란과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해법을 마련할 것을 호소하는 글과 그림을 올리고 있다.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아일란을 천사가 하늘로 들어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아일란과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해법을 마련할 것을 호소하는 글과 그림을 올리고 있다.

처음엔 캐나다 밴쿠버 인근에 살고 있는 아일란의 고모 티마의 도움으로 캐나다로 가려 했다. 티마는 우선 다른 남동생 가족을 캐나다로 이주시킨 뒤 압둘라 가족의 이민을 신청하려했으나, 첫번째 신청한 남동생의 이민 신청이 거부당하자 포기했다. 그러자 압둘라 가족은 이번에는 유럽으로 가기로 하고 브로커에게 두번 돈을 건냈으나 브로커들이 돈만 받아가고 배를 마련하지 않아 실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가 왔다.

2일 새벽 밀입국 브로커에게 돈을 건낸 쿠르디 가족은 다른 난민 8명과 함께 작은 배에 올랐다. 가까운 그리스섬 코스에만 도착하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로 두려움을 눌렀다. 하지만 작은 보트는 높은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출발 뒤 곧 뒤집혔다. “해안을 떠난지 500m쯤 됐을 때부터 배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 아내의 손을 꼭 붙들려 했는데, 아이들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배를 붙잡으려 했고, 깜깜한 밤에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압둘라는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일란의 주검은 2일 새벽 터키 휴양지 보드럼 해변에서 발견됐고 아내와 갈립도 숨졌다. 압둘라는 3일 보드럼 근처 무글라의 시체안치소에서 아내와 어린 아들들의 주검을 확인했다. 압둘라는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절규했다. “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예뻤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놀아달라며 나를 깨우곤 했다. 이젠 내가 꿈꿨던 모든 게 끝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상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뒤 쿠르디와 같은 시리아 어린이는 하루 7명 넘게 죽어가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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