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21일 새벽 이라크에 투입된 미 해병대원들. 이슬람국가를 격퇴하려면 이라크전에 투입된 병력의 2~3배를 보내야 한다 AP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파리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미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 지상군 투입은 가능하며, 옳은 주장인가?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그건 이슬람국가가 간절히 원하는 거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직접 전비로 1조달러, 간접 비용을 합치면 3조달러를 쏟아부었다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한권의 저서로 이를 분석해냈다. 2011년 7080억달러로 최고로 오른 미국 국방예산은 재정적자 축소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점차적으로 줄여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침공 초기에 자신의 19만 병력에다가 영국과 쿠르드족 현지 민병대인 페슈메르가까지 합쳐 30만 병력을 투입했다. 이라크 내전이 거세지자, 미군 2만 병력을 더 투입하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은 재앙이 됐다. 그 결과가 이슬람국가다.
이라크 전쟁의 문제점은 사담 후세인 정권 타도가 아니라, 그 이후 내란과 내전이었다. 연합군의 30만 병력은 그 상황에서 ‘새 발의 피’였다.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은 이라크와 시리아 전체로 넓어졌고, 시리아 내전도 처리해야 한다. 군사적으로 이슬람국가를 격퇴하고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을 안정화시키려면, 이라크 전쟁에 투입된 병력의 2~3배를 보내도 모자랄 것임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빌릴 필요도 없다. 적어도 7~8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미국이 나라 살림 절단나도 좋다며 그런 병력을 파견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1991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을 격퇴하는 걸프전 준비에는 6개월, 이라크 전쟁 준비에는 1년이 넘게 걸렸다. 타격 목표가 불분명한 이슬람국가와의 전면전 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소규모 지상군 보강은 더 위험한 말장난이다. 미국은 지금도 특수군 500여명 정도를 파견해, 특수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병력의 증강이라면, 목소리 높이지 말고 오바마와 펜타곤 장군들에게 맡겨두면 된다. 소규모라도 정규 지상 전투군 파견이라면, 본질적으로 다른 군사전략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다른 군사효과를 기대한다. 소규모 지상군 전력으로 끝날 수 없는 문제라는 거다. 현재와는 다른 군사효과를 수행할 수 없는 지상군 병력 파견은 이슬람국가에도 타격을 못 주고, ‘무슬림 성지에 미 제국주의 군대가 다시 침공했다’는 이슬람국가의 선전 효과만 높일 거다. 이슬람국가가 제일 원하는 거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젭 부시는 18일 선거유세에서 “미국은 나토 동맹국 및 더 많은 아랍 국가들과의 공조 속에 지상군 전개를 늘려야 한다”며 “장군들이 요구하는 규모의 미군을 배치해야 우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아랍 국가들과 함께 파병하자는 말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입맛부터 다시는 거다. 이라크 전쟁 때 미 군부는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전쟁 계획을 반대했다. 제대로 하려면 그보다 2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서 장군들이 요구하는 규모의 미군 배치란 제로가 아니면 이라크 전쟁 때 병력을 압도하는 규모일 것이다.
젭 부시는 “누가 되든 다음 대통령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이라는 난장판을 만들어 이슬람국가를 키운 자신의 형 조지 부시를 반면교사 삼자는 말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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