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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리아 폭격, 트럼프 대외정책 바뀌나

등록 2017-04-07 20:53수정 2017-04-07 21:13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시리아 정부군의 샤이라트 공군기지 위성사진. 미국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라며 6일(현지시각)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로 시리아 정부군의 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시리아 정부군의 샤이라트 공군기지 위성사진. 미국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라며 6일(현지시각)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로 시리아 정부군의 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AP 연합뉴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군을 폭격함으로써 그의 대외정책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트럼프 대외정책의 모호성과 모순성이 더욱 꼬이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승리,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중국 압박을 통한 경제적 양보와 북핵 해결 등을 주요한 대외정책으로 내걸었다. 시리아 폭격은 이 사안들을 무위로 돌리거나, 협력 당사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이슬람국가 격퇴전과 시리아 내전 종식은 더 꼬이게 됐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와는 달리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부를 인정하는 선에서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 격퇴전의 해법을 모색했다. 시리아 내전의 현실적 세력인 아사드 정부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시리아 내전 해법의 가장 큰 장애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아사드 정부는 이슬람국가 격퇴전의 동맹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아사드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덧붙여, 이에 촉발된 이번 폭격으로 인해 이런 해법 구도는 완전히 헝클어지게 됐다. 트럼프가 “아사드 정부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고, 더 많은 선을 넘었다”고 말하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폭격 직전에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부의 역할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사드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타도 대상으로까지 설정한 것이다. 그동안 아사드 정부군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서 팔미라 등을 탈환하는 등 이슬람국가 약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

둘째, 이슬람국가 격퇴전과 시리아 내전 종식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모색하던 러시아와의 협력 역시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러시아에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는 지중해와 중동에서 자신의 영향권 유지를 위한 사활적인 정권이다.

트럼프는 폭격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시리아에서 이 학살자와 유혈을 종식하고, 모든 종류와 형태의 테러를 끝장내는 데 모든 문명화된 국가들이 우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여기에 결코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중해와 중동에서의 자신의 영향력 보존을 위해 아사드 정부 지원을 더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폭격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폭격은 “주권국에 대한 침략”으로 국제법 위반이고 미-러 관계를 심각하게 해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의회 상원의 국제관계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이 폭격이 “화학무기 공격이 아사드의 책임이라고 하는 초기의 판결에 화약으로 도장을 찍으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쪽은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아사드의 책임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더해 이번 폭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 분명하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외교 이벤트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감행된 폭격은 중국에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돌출성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폭격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찬 뒤 1시간 만에 감행됐고, 트럼프는 그 뒤 이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양국 정상회담을 완전히 희석시켜 버렸다.

무엇보다도, 시리아 폭격은 중국에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시리아나 북한 문제에 대해 군사적 조처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와중에 전격적으로 실천한 것은 시진핑의 면전에서 북핵 문제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뉴욕 타임스>도 “새로운 최고사령관이 행동할 준비가 됐고, 때로는 예고없이 감행한다는 메시지를 줄 의도로 보인다”며 시진핑에게 “군사력을 자기의 재량으로 사용하는 트럼프의 적극성에 대한 명백히 공격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시리아 폭격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 수 없으나, 트럼프가 그동안 표방했던 대외정책의 목표와 그 수단들은 이제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시리아 폭격은 트럼프 대외정책의 모순을 더 격화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리셋’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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