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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자주국방의 딜레마…군비증강에 ‘평화 프로세스’ 발목 잡혀

등록 2021-09-16 17:55수정 2021-09-17 02:30

진보정권의 숙원인 전작권 전환
독자적 대북 억제력 확보가 조건
스텔스기·잠수함·미사일 확충 등
국방비 2026년엔 70조원대 폭증

북, 초대형 핵탄두·전술핵 등 개발 뜻
한반도 군비경쟁 치달을 우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5일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5일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북이 지난 15일 두어시간 간격으로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MB)을 나란히 쏘아 올리는 공교로운 모습을 연출하며, 때아닌 군비 경쟁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년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가 ‘자주 국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남북 관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시험 참관한 뒤 “우리는 언제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가는 등 강력한 방위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정부는 이날 “탄두 중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한” ‘현무-4’라 불리는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과 차세대 전투기 KF-21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항공기 분리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공개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방부가 2일 공개한 2022~2026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스텔스전투기(F-35) 도입 완료 △6000t급 차기 구축함(KDDX) 개발 지속 △3000t급 중형 잠수함 지속 확보 △파괴력 증대된 지대지·함대지 미사일 전력화 △3만t급 경항모 확보 등 하나하나 뜯어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엄청난 군비 증강 계획들이 포함돼 있다. 이 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한국의 국방비는 2024년엔 60조원대, 2년 뒤인 2026년엔 70조원대로 올라선다. 전례를 봐도, 남북 대화를 강조하는 진보 정부의 국방비 증가율이 보수 정부를 압도하는 모양새다(그래픽 참조).

이런 역설이 발생하는 중요 원인은 자주 국방을 강조하는 진보 정부가 숙원으로 여기는 ‘전작권 전환’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군비 증강을 시도했다. 뒤를 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내세우며 전작권 전환 일정을 2015년 12월로 한차례 연기했다가 나중엔 아예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하기로 후퇴한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는 한-미가 합의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북이 극도로 경계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거듭 실시하고, 대규모 군비 증강에 나서게 된다.

그 결과는 남북 관계의 파탄이었다. 북은 2019년 2월 말 ‘하노이 결렬’ 이후 한-미를 상대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근본 요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해 7월26일 공개한 ‘권언’을 통해 남에 “지난해 4월(판문점 회담), 9월(평양 회담)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반응은 8월 연합훈련 강행과 “2020년 이후 5년간 300조원을 국방비에 투입하겠다”는 대규모 군비 증강 계획이었다. 그러자 북은 지난 1월 초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초대형 핵탄두, 전술핵,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의 개발 방침을 밝히며 남을 강하게 견제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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