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이뤄진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과 한국의 세종대왕함이 나란히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대만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이 미국과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중국 관영 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1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관영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과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미 군사동맹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군 2만6천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이 대만 유사시 미국과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원 국가안전부에 딸린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과 함께 외교·안보 분야의 양대 정책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신문은 보고서 내용을 따 “지난 2019년 미국이 한-미 동맹을 중동·남중국해·대만 문제 등까지 확대하려 했을 때 한국 쪽이 반대했지만, 모든 선택지와 시나리오가 여전히 협상 가능한 상황”이라며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5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이외 지역의 비상사태와 지역 안보 위협 상황에 따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미는 지난 5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합의했으며, 넉달 뒤 한국은 비핵국가로는 처음으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며 “한국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고,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국 봉쇄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21일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보고서는 이어 “대만해협에서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이 물리력을 동원해 대만과 통일을 추진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지난 2019년 이후 대만 유사시 긴급대응 계획을 마련한 일본의 사례를 한국이 따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현재 전환 협상이 진행되곤 있지만, 상호방위조약 등에 따라 미군은 전시에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대만 유사시 미군의 군사력 동원 요청을 한국이 거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동중국해 등에 한국의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3만t급 경항모를 2033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그간 ‘전략적 중립’을 지켜온 한국이 주요 교역국이자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중국 대신 미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중국에 맞서기 위한 양국 협력의 대가가 클 것이란 점에 대해 중국은 적절한 시점에 미국과 한국 쪽에 분명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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