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이 13일 동해에서 미·일 양국 함선과 진형을 갖춰 항행하고 있다. 미 제7함대 제공
2017년 이후 4년5개월 만에 동해에 진입한 미 항공모함이 일본 해상자위대와 미-일 연합훈련에 들어갔다. 15일 태양절을 전후해 이뤄질 수 있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상대를 자극해 한반도 주변 정세를 더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미 제7함대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훈련 모습을 담은 넉장의 사진과 함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순양함 모바일 베이, 구축함 스프루언스가 해상자위대의 곤고급 구축함 곤고, 무라사메급 구축함 이나즈마와 함께 미-일 연합훈련 과정에서 대열을 지어 항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7함대는 이어 “이번 양자훈련을 통해 두 나라 해군은 전 영역 인식(all-domain awareness)을 강화하고 광범위한 해상 환경에서 기동했다. 이와 같은 양자훈련은 우리 동맹과 동반국들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관여를 다시 보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도 이날 오전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이 11일 정오 무렵 쓰시마해협을 동쪽으로 통과하는 모습을 헬리콥터에서 관찰했다”며 주변에서 “미 해군 구축함 스프루언스와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이나즈마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 해군 항공모함이 동해로 진입한 것은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던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이 13일 동해에서 미·일 양국 함선과 진형을 갖춰 항행하고 있다. 미 제7함대 제공
이번 훈련에 앞서 미·일은 지난 2~3월 한·미·일 고위급 협의 과정에서 한국에 세 나라가 함께하는 군사훈련을 거듭 제안했으나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두 나라가 한국에 ‘참여해달라’고 요구한 훈련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태양절을 목전에 두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견제하려는 이번 훈련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2017년 11월에도 로널드 레이건 등 항모 세 척을 투입해 동해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3개국 연합훈련을 추진했지만, 한국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이런 대응에 불만을 느꼈는지 당시 일본 언론은 “일본이 3국 공동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한국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미·일의 최고 수위 ‘군사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같은 달 29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화성-15형을 쏘아 올리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었다.
이날 훈련에 대해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훈련은 일-미 연대 강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두고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일-미 동맹의 억제력과 대처력을 부단히 강화해 우리 나라 방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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