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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세습 독재’ 캄보디아…38년 철권 통치 훈센 이어 아들도 총리 지명

등록 2023-08-07 16:22수정 2023-08-08 02:33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아들이자 후계자 훈 마넷이 지난달 21일 프놈펜에서 지지자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아들이자 후계자 훈 마넷이 지난달 21일 프놈펜에서 지지자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훈센 총리(71)가 38년 넘게 철권 통치 중인 캄보디아에서 세습 독재체제의 문이 열렸다.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은 7일 훈센 총리의 장남 훈 마넷(45)을 차기 총리로 공식 지명했다. 이에 따라 훈 마넷 총리 지명자는 오는 22일 의회 승인을 거쳐, 총리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의회는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전체 125석 중 120석을 차지하고 있어, 훈 마넷은 손쉽게 의회의 승인을 얻어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훈센 총리는 이날 자신이 공식적으로 총리로 재임한 기간이 38년7개월이 넘는다며 “돌아보면 나는 세계에서 가장 젊고 오랫동안 재직한 총리였다”고 말했다고 현지 영문 신문 ‘크메르타임스’가 전했다. 이어 “이제 나는 총리로 15일을 더 재직할 것이고 이후 총리의 아버지라는 위치로 올라갈 것이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적어도 2033년까지 다른 직책으로 일을 계속 할 것이며 반세기 동안 일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총리 자리는 아들에게 물려주지만 막후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6일 총리직 사의를 표명하며 “집권당 대표·국회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퇴임 뒤 국왕이 국왕 최고 자문위원장으로 나를 지명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한 바 있다.

캄보디아 국왕의 훈 마넷 총리의 지명은 캄보디아 선거 당국이 총선 최종 결과를 확정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캄보디아인민당은 주요 야당의 참여를 원천 봉쇄한 채 지난달 23일 치른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서방의 여러 나라와 인권단체들은 총선이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캄보디아 대법원은 지난 2017년 11월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했다며 캄보디아구국당 해산 판결을 내렸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또다른 주요 야당인 촛불당(CP)이 서류를 누락했다며 총선 참여를 금지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말고 유일하게 의석(5석)을 획득한 정당 푼신펙(FUNCINPEC)도 친정부 성향이다.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훈 마넷 총리 지명자는 지난해 4월 캄보디아 육군 4성 장군에 오른 뒤 이번 총선에 나서 초선 의원이 됐다. 앞서 훈센 총리는 2021년 12월 훈 마넷을 후계자로 지명했고, 지난달 총선 압승 뒤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에게 훈 마넷의 총리 지명을 요청했다. 서방 국가에서 오래 공부해 독재자인 부친과는 다른 방향으로 캄보디아를 이끌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훈 마넷도 독재 체제의 일원이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훈센 총리는 원래 1970년대 말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을 집단학살한 ‘킬링 필드’로 악명높은 크메르 루즈의 초급 장교 출신이다. 크메르 루즈에서 이탈해 베트남에 망명한 뒤 1978년 12월 캄보디아를 전면 침략한 베트남군과 함께 캄보디아에 돌아왔다. 그는 1985년 32살의 나이로 총리가 됐으나, 1993년 유엔 감시하에 치러진 첫 자유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199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강권 통치를 휘두르며, 세계에서 손 꼽히는 장기 집권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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