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길인도의힘1부:아시아의 새 질서, 왜 인도인가]
미국과 군사협력…중국과 교역 확대…
영어·IT 기반 11억 시장 세계가 군침
미 적극 포섭전략 ‘중국 봉쇄론’ 달궈
미국과 군사협력…중국과 교역 확대…
영어·IT 기반 11억 시장 세계가 군침
미 적극 포섭전략 ‘중국 봉쇄론’ 달궈
강대국과 손잡고 스스로 강국 도약 꿈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국제 역학관계 변화의 중심은 중국이었다. 이제 인도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최대 화두는 인도와 중국이었다. 이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시대가 가고, ‘친디아(CHINDIA)’(중국+인도)의 시대가 왔다고 입을 모았다. 2003년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50년 세계경제의 우상으로 브릭스를 소개한 이후, 2년 만에 인도와 중국이 브라질과 러시아를 따돌렸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최근 인도를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인도가 21세기의 글로벌 강국이 되도록 돕는 것이 미국의 공식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를 더욱 키워 중국과 맞먹게 하겠다는, 나아가 중국마저 넘어서도록 하겠다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함축한 선언이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국과 인도 관계는 계속 증진될 것이나, 미국과 중국 관계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달리는 코끼리와 승천하는 용으로 비유되는 인도와 중국의 등장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가 삼각체제로 재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친디팬(CHINDIPAN)’(중국+인도+일본) 시대의 등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인도 키우기에 나선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인도와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는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의 진로에도 영향을 준다.
국제사회 ‘미래의 창’으로 떠오른 인도를 통해 새롭게 태동하는 아시아 질서의 밑그림을 세 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곧이어 인도 현지 취재를 통해 인도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국제뉴스팀
지난해 11월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선 ‘미국과 인도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청문회가 열렸다. 미국과 인도는 그해 6월 이미 군사협력을 공식화하고, 두 나라의 가장 큰 과제인 핵 협력 협정 조인을 맹렬하게 추진하던 때였다.
애슐리 텔리스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인도는 수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냉전 시기 서로 갈라져 있었다. 미국은 인도를 21세기의 파트너로 선택해야 한다”고 전면적 협력을 주장했다. 사투 리마예 국방분석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도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건 아시아에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일본은 북한과 이란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것이란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의원들이 그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일 인도 방문 길에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핵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미-인도 간 새로운 협력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중국 본토 방문에 버금가는 정상외교라고 평가되며, 인도가 아시아와 세계 질서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버론은 미-인도 협력을 두고, “1950년부터 1991년까지 인도가 소련의 동맹국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라”며 그 역사적 의미를 평가했다.
미-인도 협력은 아시아 질서에 새로운 격랑을 몰고 왔다. ‘중국봉쇄론’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해 초 외교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평화적으로 힘을 키울 리 없다. 중국 주변의 인도, 일본, 한국 등을 미국 편에 포함시켜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는 인도와의 협력 강화가 중국 견제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인도를 아시아의 새로운 세력균형 추로 삼으려는 의도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004년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위원회는 ‘2020년 세계미래 전망’ 보고서에서 인도를 “2015년 이후 미국, 유럽연합, 중국에 이은 네번째 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랜신 프랭클 펜실베이니아대 인도연구센터 소장은 “인도의 경제성장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시아 세력균형이란 측면에서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인도의 전략적 협력은 때늦은 감도 있다. 텔리스 카네기재단 연구원의 지적대로 인도는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나라다. 서구식 민주주의 전통이 가장 오랜 나라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잠재적 ‘슈퍼 파워’들, 중국과 인도 가운데서 미국이 인도에 더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과 인도의 정치·군사 협력이 인도를 미국 편에 묶어두리란 보장은 없다. 비동맹권의 맹주를 자처해온 인도는 독립적인 슈퍼 파워로 서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의 뉴델리 방문 때는 대규모 시위대가 ‘부시 반대’를 외쳤다. 리마예 국방분석연구소 연구원은 “인도는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걸 피하면서 전략적인 자립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인도와 중국의 교역량은 136억달러였다. 두 나라의 수출입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비율이지만, 1998년에 견주면 7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중국이 제조업 중심이라면, 인도는 서비스업과 정보기술(IT)산업이 강하다. 중국과 인도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상대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앞으로 이 두 나라가 거대한 상대 시장에 서로 의존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지 말란 법이 없다. 지난해 인도의 거대 정보기술기업 ‘인포시스 테크놀로지’는 중국에 65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화웨이 테크놀로지’ 같은 대기업들도 인도 시장 진출을 탐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선 두 나라 기업인들이 두 정상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인도는 (미국의) 서비스업과 제조업 아웃소싱의 강력한 기지였다. 그러나 이번에 기업인들은 더 많은 미국의 직접투자가 인도 사회기반시설과 저비용 제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두 정상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연평균 6~8%의 경제성장을 하는 인도에선 해마다 수백만명이 빈곤에서 탈출한다. 11억 인구 중 6억명 이상이 25살 미만이다. 그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다.
인도를 둘러싼 싸움은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만의 다툼이 아니다. 거대한 시장은 모든 나라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넓은 시장과 전략적 중요성을 밑바탕 삼아 스스로 21세기 슈퍼 파워로 떠오를 생각을 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애슐리 텔리스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인도는 수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냉전 시기 서로 갈라져 있었다. 미국은 인도를 21세기의 파트너로 선택해야 한다”고 전면적 협력을 주장했다. 사투 리마예 국방분석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도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건 아시아에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일본은 북한과 이란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것이란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의원들이 그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일 인도 방문 길에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핵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미-인도 간 새로운 협력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중국 본토 방문에 버금가는 정상외교라고 평가되며, 인도가 아시아와 세계 질서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버론은 미-인도 협력을 두고, “1950년부터 1991년까지 인도가 소련의 동맹국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라”며 그 역사적 의미를 평가했다.
미-인도 협력은 아시아 질서에 새로운 격랑을 몰고 왔다. ‘중국봉쇄론’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해 초 외교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평화적으로 힘을 키울 리 없다. 중국 주변의 인도, 일본, 한국 등을 미국 편에 포함시켜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는 인도와의 협력 강화가 중국 견제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인도를 아시아의 새로운 세력균형 추로 삼으려는 의도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004년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위원회는 ‘2020년 세계미래 전망’ 보고서에서 인도를 “2015년 이후 미국, 유럽연합, 중국에 이은 네번째 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랜신 프랭클 펜실베이니아대 인도연구센터 소장은 “인도의 경제성장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시아 세력균형이란 측면에서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인도의 전략적 협력은 때늦은 감도 있다. 텔리스 카네기재단 연구원의 지적대로 인도는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나라다. 서구식 민주주의 전통이 가장 오랜 나라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잠재적 ‘슈퍼 파워’들, 중국과 인도 가운데서 미국이 인도에 더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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