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길, 인도의 힘>
1부 : 아시아의 새 질서, 왜 인도인가
1. 미국과 아시아 3각 체제
2. 달리는 코끼리, 떠오르는 용
3. 인도에 쏠린 아시아의 눈길들
2부 : 새 수퍼파워 현장을 가다
1부 : 아시아의 새 질서, 왜 인도인가
1. 미국과 아시아 3각 체제
2. 달리는 코끼리, 떠오르는 용
3. 인도에 쏠린 아시아의 눈길들
2부 : 새 수퍼파워 현장을 가다
[인도의길인도의힘1부:아시아의 새 질서, 왜 인도인가]
한국·아세안 등 진출에 조바심… ‘과소평가’ 자성
엔 차관 앞세워 ‘러브콜’ 경제·안보협력 나서
기업들 “시장 더 커야” 눈치 보며 시기 저울질
한국·아세안 등 진출에 조바심… ‘과소평가’ 자성
엔 차관 앞세워 ‘러브콜’ 경제·안보협력 나서
기업들 “시장 더 커야” 눈치 보며 시기 저울질
인도행 막차 놓칠라 일본 뒤늦은 잰걸음
요즘 일본에서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는 일본 고위 관리와 정치인, 경제인들로 북적거린다. 지난해 여름 아소 다로 당시 총무상을 단장으로 한 시찰단이 정보통신기술포럼 참석차 인도를 찾은 이후, 6개월 사이에 12차례에 걸쳐 일본 경제인 350여명이 인도를 방문했다. 4월 말엔 중소기업 경영자 20여명의 인도행이 예약돼 있다. 인도의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을 조사해 일본 기업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인도경제연구소도 곧 닻을 올린다.
요즘 일본에선 인도의 국제정치적 중요성과 경제적 가능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인도를 그저 그런 제3세계 국가로 치부하던 예전 모습과는 판이하다. 인도의 현실적 역량과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자성론이 밑에 깔려 있다.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시아 각국의 발빠른 인도 진출에도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렇지만 대다수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탐색 쪽에 무게중심을 둔 채 인도 시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뒤늦은 잰걸음= 미국과 어깨를 겯고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일본에 인도는 매력적인 존재다. 인도는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주요 파트너이며, ‘강한 일본’을 두둔하는 드문 아시아 나라다. 이런 인도의 정치·안보적 중요성에 뒤늦게 눈뜬 일본은 2004년 중반부터 적극적으로 인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미 장관급 전략 대화와 국장급 군축·비확산 협의, 천연가스 공동개발에 합의했고, 올해 안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안보와 경제를 축으로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가는 일본의 최대 무기는 정부개발원조(ODA)이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에 제공하던 엔차관을 대폭 줄이고, 이를 인도로 돌리고 있다. 엔차관을 활용해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목말라하는 인도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일본 기업의 진출을 위한 길을 닦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런 부산한 움직임은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한 박자’ 늦은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2001년부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 형태로 인도를 받아들였고, 최근엔 인도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도 2007년 타결을 목표로 인도와 ‘포괄적 경제파트너십 협정’(CEP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인도에 전략물자인 우라늄을 공급하는 문제까지 협의하고 있다. 대만도 인도에 경제·문화처를 두고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아시아 국가들의 구애에 힘입어 인도는 지난해 출범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정식으로 초청장을 받았다.
일본과 인도의 소원한 관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월 현재 328곳이다. 그나마 최근 2년 남짓 사이에 2배로 늘어난 수치다. 일본계 기업이 5천여개인 중국이나 1천개를 넘는 동남아 나라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1980년대에 인도에 진출한 스즈키와 혼다, 미쓰비시화학 등이 드문 성공사례다.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나 무역 또한 중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일본의 전체 해외 직접투자 가운데 인도의 비중은 0.5%로, 중국의 몇십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해 3월 연 심포지엄에서 카말 나트 인도 상공장관은 “일본이 미국과 중국, 한국 등에 비해 인도 투자에 신중한 편”이라며 “무역에서도 정체 또는 감소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바심만 내는 기업들= 인도는 그동안 일본 기업들의 시야에서 비껴나 있었다. 일본 거품경제 붕괴 이후 제조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동남아와 중국으로 차례로 공장을 옮겼지만, 인도에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인도의 △심한 행정규제 △정치·군사적 불안정 △지리적 불리함 △사회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투자위험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인도 시장이 급부상하는 데다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들이 가전·휴대폰 시장을 장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조바심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손놓고 있다가는 중국 다음가는 거대 시장을 송두리째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대다수 업체들은 당장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국 등과 가격경쟁이 불가능하고, 중산층 이상을 겨냥하지 않으면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7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도의 국민소득이 올라가 중산층이 확대되면, 주력 상품인 디지털가전을 앞세워 인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인도 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우선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 이마무라 다카시 마루베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인도 열풍과 기업들의 인식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다”며 “일본 기업들은 인도 진출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 시기를 재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일본의 엔차관, 일본의 대인도 수출입
일본과 인도의 소원한 관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월 현재 328곳이다. 그나마 최근 2년 남짓 사이에 2배로 늘어난 수치다. 일본계 기업이 5천여개인 중국이나 1천개를 넘는 동남아 나라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1980년대에 인도에 진출한 스즈키와 혼다, 미쓰비시화학 등이 드문 성공사례다.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나 무역 또한 중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일본의 전체 해외 직접투자 가운데 인도의 비중은 0.5%로, 중국의 몇십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해 3월 연 심포지엄에서 카말 나트 인도 상공장관은 “일본이 미국과 중국, 한국 등에 비해 인도 투자에 신중한 편”이라며 “무역에서도 정체 또는 감소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바심만 내는 기업들= 인도는 그동안 일본 기업들의 시야에서 비껴나 있었다. 일본 거품경제 붕괴 이후 제조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동남아와 중국으로 차례로 공장을 옮겼지만, 인도에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인도의 △심한 행정규제 △정치·군사적 불안정 △지리적 불리함 △사회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투자위험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인도 시장이 급부상하는 데다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들이 가전·휴대폰 시장을 장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조바심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손놓고 있다가는 중국 다음가는 거대 시장을 송두리째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대다수 업체들은 당장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국 등과 가격경쟁이 불가능하고, 중산층 이상을 겨냥하지 않으면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7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도의 국민소득이 올라가 중산층이 확대되면, 주력 상품인 디지털가전을 앞세워 인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인도 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우선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 이마무라 다카시 마루베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인도 열풍과 기업들의 인식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다”며 “일본 기업들은 인도 진출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 시기를 재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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