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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네팔 국왕 “국민에 권력이양” 굴복

등록 2006-04-22 00:46수정 2006-04-22 02:21

갸넨드라 네팔 국왕이 21일 텔레비전을 통해 주권을 국민에게 이양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찍은 사진이다. 네팔/AFP 연합
갸넨드라 네팔 국왕이 21일 텔레비전을 통해 주권을 국민에게 이양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찍은 사진이다. 네팔/AFP 연합
야당에 새 총리 지명요청…제1야당 “국왕선언 불충분” 시위 계속 밝혀
네팔의 절대왕정이 총탄에도 굴복하지 않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앞에 끝내 굴복했다.

갸넨드라 국왕은 21일 오후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한 대국민연설을 통해 “네팔 왕국의 행정 권력은 오늘부터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7개 정당연합이 조속한 시일 안에 새 정부를 이끌 책임있는 총리를 지명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갸넨드라 국왕은 이날 미리 녹화된 이 연설에서 “입헌군주제와 다당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혀 지난해 2월 직할통치를 선언하며 부정했던 입헌군주제로의 복귀를 통해 왕좌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민주주의의 의미있는 권력행사가 가능한 한 총선을 통해 선출된 대의기관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새 총리가 지명되기까지 현재의 정부가 기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갸넨드라 국왕의 이날 발표는 지난 6일 7개 야당연합이 민주화 촉구를 위한 대국민 총궐기를 선언한 이래 폭압적 시위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국민들의 점증하는 왕정 타도 요구에 왕정 붕괴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국민 저항의 날’로 선포한 20일 대낮통금과 발포령에도 불구하고 10만여명이 반왕정시위를 벌였고, 이날 오전에도 전날과 같은 시위가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지난 16일 동안 네팔 전국에서 군경의 발포로 적어도 14명이 사망했다.

따라서 갸넨드라 국왕의 발표가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왕의 양보 수준이 미흡하고, 시기적으로도 늦었다는 것이다. 이날 시위현장에서 국왕의 발표를 접한 국민들은 일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연합도 즉각적인 논평을 피한 채 대책을 숙의중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회당은 국왕의 권력이양 제안이 불충분하다며 시위를 계속할 것을 밝혔다.

절대왕정 복원이라는 시대착오적 행동을 저지른 갸넨드라 국왕은 238년 동안 네팔을 통치해 온 사하왕조에 종지부를 찍게 될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애초 입헌군주제와 다당제 회복을 요구했던 민주화 시위는 국왕의 폭압적인 대응 이후, 절대왕정 타도와 제헌의회 구성 등 완전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혁명적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요구는 1990년 민주화 시위 때 자신의 형인 비넨드라 국왕이 입헌군주제와 다당제를 수용했던 수준을 넘어섰다.

정치분석가들은 갸넨드라 국왕이 앞으로 취할 유일한 선택지는 2002년 5월 자신이 해산했던 의회를 복원하고 이른 시일 안에 과도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7개 야당 연합에 국토의 3분의 2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공산반군과의 협상 전권을 부여하고, 1996년 정치를 이탈했던 공산반군이 제도정치권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로드릭 찰머스는 “국왕이 너무 늦게 양보했기 때문에 아무도 이번 사태에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왕은 군에 대한 통제권을 내놓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국왕의 추가적인 양보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네팔 정국이 쉽게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화에 합의했던 7개 정당 간의 이견 해소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당분간 혼돈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당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국민들의 높아진 민주화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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