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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1. ‘두개의 인도’ 변화시동

등록 2006-05-09 09:44수정 2006-05-09 10:38

인도 남부 최대 도시이자 타밀나두주 주도인 첸나이 시내의 최신식 아이티 복합빌딩 앞을 낡은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인도의 정보통신 기업들은 열악한 사회기반시설로 전력과 급수 등을 자급자족하는 이런 복합빌딩이나 복합단지(아이티파크)에 모여 있어야 한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인도 남부 최대 도시이자 타밀나두주 주도인 첸나이 시내의 최신식 아이티 복합빌딩 앞을 낡은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인도의 정보통신 기업들은 열악한 사회기반시설로 전력과 급수 등을 자급자족하는 이런 복합빌딩이나 복합단지(아이티파크)에 모여 있어야 한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는가?



1부 : 아시아의 새 질서, 왜 인도인가

2부 : 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1. ‘두개의 인도’ 변화시동-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는가?
2. IT산업(상)-인도의 두 얼굴
3. IT산업(하)- 영원한 하청인가, 새 브랜드산업인가
4. 미래를 향한 주문, 제조업, 제조업, 제조업
5. 성장 동력 확보 작전
6. 뭄바이 증시와 거시경제
7. 민영화 빛과 그림자
8. 4억을 노려라, 인도의 중산층
9. 에너지를 확보하라
10. 자살하는 농민들
11. 인도 정부의 ‘농민구출작전’
12. 도시 빈민과 도시 재개발
13. 카슈미르/분단의 땅, 화해의 싹
14. 여성들 사리를 벗다
15. 카스트는 영원하다?
16. 델리/첸나이/오리싸-한국과 인도의 윈윈 전략

“10:1 빈부 격차 해소” 제조업·인프라에 사활

인도는 두개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방갈로르의 정보통신(IT) 대기업들과 푹푹 패인 도로들, 뭄바이의 인도양을 바라보는 최고급 호텔들과 이 도시 인구 60%의 ‘보금자리’인 아시아 최대의 빈민가, 부동산과 주식투자 열풍에 휩싸인 중산층과 3만루피(63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농민들, 모두가 인도의 진실이다. 1억의 부유한 인도와 10억의 가난한 인도가 공존한다.

모든 ‘마술’은 1991년 시작됐다. 만모한 싱 당시 재무장관(현 총리)이 주도한 경제 개방과 자유화 정책이 시작된 뒤 인도는 IT와 서비스 산업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경제는 해마다 7~9%씩 성장했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직접투자(FDI)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구매력지수 기준 국내총생산(GDP)는 세계 4위로 도약했다.

IT만으론 고용창출 역부족

오늘날 인도 경제 주역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주문은 “인프라”와 “제조업”이다. 제조업을 발전시켜 10억의 가난한 인도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성장이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게 하지 않고는 성장을 지탱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15년의 경제 기적 기간 동안 국민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를 멤돌고 있다.

경제학자인 자야티 고쉬 자와할랄네루대학 교수는 인도가 IT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제조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떠들썩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IT 분야 고용인원은 1백만명밖에 안된다. 인도 전체 6억 노동력의 600분의 1밖에 고용하지 못한다. 낙후된 제조업의 고용비중은 20%로 20~30년 동안 제자리만 멤돌고 있다. 경제 발전은 전체 인구의 생활수준을 어느 정도 끌어올려야 하는데, 고용이 많은 제조업 육성이 필수다. 중국은 제조업에 기반한 성장을 거쳐 서비스업으로 가고 있다. 인도는 제조업을 뛰어넘어서 바로 서비스 산업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조업 없이 성장할 수는 없다. 인도의 경제정책은 고용을 늘리는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도인의 70% 이상은 여전히 농민이지만,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6%다.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하면서 농촌 인구를 도시로 끌어올렸던 중국과 달리 인도 농민들은 다국적기업과 미국 농산물이 지배하는 세계시장을 향해 무방비로 떠밀린 채 위기에 빠져 있다.

새로운 특명은 인프라다. 인프라 없이 IT 기적은 이룰 수 있었지만, 제조업의 기적은 불가능하다. 인도 최대 재벌 타타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즈의 알란 로슬링 전무이사는 “인도 경제가 계속 8~9%씩 성장하려면 제조업이 매년 10% 이상씩 성장해야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인프라”라고 단언했다. 뭄바이의 타타그룹 본사에서 만난 로슬링 전무는 “단일 공장 단위에서는 인도 제조업의 경쟁력이 뒤지지 않지만 운송과 수출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타타의 트럭이나 철강제품들은 가격·품질 경쟁력이 있지만 항구까지 운송하고 수출하는 과정에서 도로나 항만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델리 시내나 공항에서도 수시로 단전이 되기 때문에 전기가 끊기고 나면 잠시 뒤 윙하면서 발전기가 가동되곤 했다. 델리 외곽 노이다의 엘지전자 공장에서는 제품들을 떨어뜨려 충격을 견디는 실험을 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도로 사정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수송 과정에서 계속 덜컹거려 충격을 받아도 고장이 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엘지전자 인도법인의 강호섭 마케팅 총괄 부장은 설명한다. 인도 IT 기적의 무대로 불리는 방갈로르에서도, 캘리포니아에 온 듯한 인포시스나 윈프로 등 IT 대기업들의 ‘캠퍼스’들과 낡은 도로, 건물들은 기묘한 대조를 이룬다.

“중국을 배우자” 정책 선회

고쉬 교수는 “인도 정부는 신경제정책을 실시한 지난 15년 동안 인프라 투자를 거의 안했다. 중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인프라에 투자하지만, 인도는 고작 2%를 투자했다. 인도 정부가 인프라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있고, 도시에서는 새 도로와 건물이 건설되고 있지만 지방으로 가면 별 변화가 없다.”

프라납 센 인도국가계획위원회 수석자문관은 인도 사회의 최대문제인 농촌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력과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촌엔 인프라도, 저장시설도 없기 때문에 아무런 가공도 없이 헐값에 농산물을 그때그때 팔아버려야 해 빈곤문제가 더 심각해 지고 있다. 농촌에서 농산물 가공 산업 등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농민들도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도 역시 인프라가 문제다. 당장 농촌에는 전기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한동안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인도가 역사상 처음으로 제조업 산업화를 거치지 않고 서비스 산업으로 직행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만모한 싱 총리가 나서서 “인도는 제조업으로 가야한다”며 방향타를 돌리고 있다. 인도는 IT 기적에 이어 ‘제조업 혁명;을 꿈꾸고 있다. 이 혁명을 통해 ‘두 개의 인도’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에 인도의 미래가 달려 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평균 26살 “33살의 중국 잡자”

열악한 인프라 개선 시급…외국인투자 IT 집중 한계

인도 내에는 요즘 중국을 따라잡기 위한 초조감이 넘쳐난다.

인도의 농촌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인도 중부 나그푸르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사업가 쿠마르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과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철강 관련 사업을 하기 때문에 중국을 자주 드나들지만 중국의 대규모 공장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며 “인도는 절대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한숨을 지었다. 지난해 말 힌두 명절 디왈리 때는 “힌두교 신상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언론의 자조섞인 보도로 떠들썩했다.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인도가 중국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대재벌 타타그룹의 앨런 로슬링 전무는 “인도 제조업은 열악한 인프라라는 한계에 갇혀 있지만, 젊고 교육받은 노동력과 영어 구사력 등 장기적으로는 중국보다 경쟁력이 뒤질 이유가 없다”며 “인프라 개선이나 제도 개선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예를 들어 중국 철강회사들은 저렴한 노동력의 이점이 있지만 원자재인 철강이 부족해 막대한 양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대량의 철광석 등 원자재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 인프라만 갖추면 급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 인도의 강점이며, 인프라 해결도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낙관하기만도 어려워 보인다.

인도 인구의 평균 연령은 26살이다. 중국의 33살에 비해 젊다. 정보통신(IT) 산업의 본산인 방갈로르가 위치한 카르나타카 주에서만 77개의 공과대학에서 매년 2만9천명이나 되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풍부한 우수인력은 1억의 발전하는 인도의 모습일 뿐, 10억의 가난한 인도와는 상관없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인도인이 인구의 35%에 이르고, 성인 문맹률은 91%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로 보면, 인도는 1점 만점에 0.595로 세계 177개 국가 중 127위이다. 0.745로 94위인 중국에도 크게 뒤진다.

인프라 개선도 시작은 했지만 아직 지지부진이다. 중국의 고속도로는 총 3만㎞이지만, 인도는 그 10%에 불과하다. 전력 불안으로 인도 제조업 공장의 61%는 자체 발전기를 갖고 있다. 전력값도 중국에 견줘 40%나 비싸다.

인도에 외국인투자가 봇물이라고 하지만, 모두 IT산업에 집중돼있다. 인도 제2의 IT도시인 하이데라바드의 티칼라 크리시나 레디 시장은 “IT 산업을 제외하고는 신경제경책이 시작된 15년 동안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인도는 발전 중이다. 인간개발지수는 1980년에 비해 30%나 올랐고, 빈곤층도 1977년~2000년 사이에 6900만명이나 줄었다. 중국이 인도에 앞선 것도 인도보다 15년 빠른 1978년 경제개혁과 개방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인도가 지금 ‘1억명만이 발전하는 인도’에서 벗어나 ‘11억 모두에게 성장의 혜택이 돌아가는 인도’ 쪽으로 나아가려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길 박민희 기자 egil@hani.co.kr


[화보] 인도의 급성장의 빛과 그림자

뭄바이의 힐튼타워 호텔에서 내려다본 시내 야경. 인도의 대도시는 요즘 수리 중이다. 경기활성화로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무실 공간이 부족하자, 낡은 건물들이 곳곳에서 다시 지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뭄바이와 델리 등 대도시의 소득 대비 토지가격은 도쿄에 비해 10배나 비싼 것으로 집계했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뭄바이의 힐튼타워 호텔에서 내려다본 시내 야경. 인도의 대도시는 요즘 수리 중이다. 경기활성화로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무실 공간이 부족하자, 낡은 건물들이 곳곳에서 다시 지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뭄바이와 델리 등 대도시의 소득 대비 토지가격은 도쿄에 비해 10배나 비싼 것으로 집계했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도 최대의 도시이자 금융·상업 중심지인 뭄바이 인구의 60%는 빈민가에 산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1990~1992년 2억2100만명이던 인도의 영양부족 인구는 2000~2002년 2억1600만명으로 500만명 정도가 줄었을 뿐이다. 5살 이하 어린이 중 체중미달 어린이는 47%에 달한다. 뭄바이 시내에서 한 어린이가 갓난아기를 꼭 껴안고 있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인도 최대의 도시이자 금융·상업 중심지인 뭄바이 인구의 60%는 빈민가에 산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1990~1992년 2억2100만명이던 인도의 영양부족 인구는 2000~2002년 2억1600만명으로 500만명 정도가 줄었을 뿐이다. 5살 이하 어린이 중 체중미달 어린이는 47%에 달한다. 뭄바이 시내에서 한 어린이가 갓난아기를 꼭 껴안고 있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뭄바이의 금융중심지 포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한 빈민촌 이층 집에서 한 남자가 쇠창살 사이로 안이 훤하게 드러나보이는 다락방에서 쉬고 있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뭄바이의 금융중심지 포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한 빈민촌 이층 집에서 한 남자가 쇠창살 사이로 안이 훤하게 드러나보이는 다락방에서 쉬고 있다. 첸나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도는 매년 100만명 가량의 대졸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등 풍부한 IT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2005년 9월 기준으로 인터넷이 연결된 피시는 317만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요즘 인도에선 피시방 사업이 성업 중이다. 방갈로르에 이어 정보통신(IT)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첸나이에서 인도 최대 재벌 중의 하나인 릴라이언스가 체인점 형태로 운영하는 최신식 피시방.   첸나이/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인도는 매년 100만명 가량의 대졸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등 풍부한 IT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2005년 9월 기준으로 인터넷이 연결된 피시는 317만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요즘 인도에선 피시방 사업이 성업 중이다. 방갈로르에 이어 정보통신(IT)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첸나이에서 인도 최대 재벌 중의 하나인 릴라이언스가 체인점 형태로 운영하는 최신식 피시방. 첸나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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