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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5. 성장동력 확보작전 - 인도판 MIT, 인도공과대학

등록 2006-05-14 18:58수정 2006-05-18 09:50

지난 4월19일 오후 뉴델리 남부 하우즈 카즈에 있는 인도공과대학 델리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강의동 그늘 밑에서 편한 자세로 앉아 교재를 살펴보고 있다. 델리/임종진 기자 <A href="mailto:stepano@hani.co.kr">stepano@hani.co.kr</A>
지난 4월19일 오후 뉴델리 남부 하우즈 카즈에 있는 인도공과대학 델리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강의동 그늘 밑에서 편한 자세로 앉아 교재를 살펴보고 있다. 델리/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인문학 겸비한 디지털리더 키운다
입시경쟁 상상초월…리더십 교육도 중시
미 실리콘밸리서 큰 역할…두뇌유출 논란

전세계를 매혹시키는 인도의 성장동력, 과학기술 인력들은 어떻게 키워질까?

인도 과학기술 발전의 견인차이자 인도판 ‘MIT’로 꼽히는 인도공과대학(IIT)을 찾아갔다. 인도공과대학은 인도의 대표적 정보통신(IT) 기업인 인포시스의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을 비롯해 비노드 코슬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 아룬 사린 보다폰 최고경영자(CEO), 라자트 굽타 맥킨지 상무이사 등 인도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쟁쟁한 기업가들과 과학기술 엘리트들을 길러냈다.

4월19일 뉴델리 남쪽 하우즈 카즈에 위치한 인도공과대학 델리 캠퍼스에서 만난 수렌드라 프라사드 총장은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는 종합적, 창조적 사고력”을 성공의 비결로 강조했다. 프라사드 총장은 “학생을 뽑을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며, 입학 뒤 커리큘럼도 일반 공과대학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는 학부 커리큘럼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매우 중시해 15∼20개의 강좌를 반드시 듣도록 한다. 학생들이 과학기술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계를 넓게 보고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급변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과 지도자가 되기 위한 리더십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 교육에선 “과학에 기반한 공학교육”을 강조했다. 세부적인 기술이 아닌 원칙과 설계, 통합적 능력을 중시하면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짜 실험과 실습을 통해 결과물로 증명해 보이도록 한다. 실제로 돌아본 캠퍼스 안에는 과마다 15∼20개의 실험실이나 작업장이 딸려 있어, 학생들이 실습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도 독립 직후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는 국가적으로 과학기술을 발달시켜야 한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인도과학대학 설립을 이끌었다. 1951년 동북부 카라그푸르에 첫 캠퍼스가 만들어진 이래 델리, 뭄바이, 첸나이 등 전국에 7개 캠퍼스가 세워졌다. 이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정부 지원 70%와 자체 예산 30%로 운영되지만, 정부로부터도 독립돼있다. 교수진과 사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학교운영을 주도하며, 캠퍼스마다 커리큘럼을 자유롭게 선정한다.

인도공과대학의 졸업생은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입학시험의 치열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7개 캠퍼스가 수학, 물리, 화학 3과목의 공통 입학시험(IIT-JEE)를 통해 매년 1000만명이 넘는 고교 졸업생 가운데 약 5000명을 선발한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이 입시에 매달리면서 사회문제도 되고 있다. 정보통신, 기계공학, 수학, 생명공학 등 26개 학과가 있는 델리 캠퍼스의 한해 신입생은 600명 정도이며 전체 학부생 2200명에 대학원생 1300명이다. 프라사드 총장은 “연구실적과 경험, 강의 능력 등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된 교수진은 빠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의 흐름에 맞춰 커리큘럼을 끊임없이 재검토하고 업그레이드 한다. 현재 교수 대 학생 비율은 1 대 11인데 앞으로 1 대 9로 낮출 계획”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인도공과대학 학생들이 ‘공부벌레’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강의실 안에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다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경험하고 활동하면서 배우는 과정을 중시한다.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선택권과 유연성을 주며, 자기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여러 전공을 넘나들며 배우도록 한다.” 그는 졸업 요구 학점이 180학점으로 다른 학교보다 많지만, 실습이나 프로젝트도 학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강의만 많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잔디밭에 앉아 소설책을 읽고 있던 4학년생 아미트 샹카르(환경공학 전공)는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주로 강의를 들은 뒤 음악, 미술, 스포츠, 독서 등 자유롭게 클럽활동을 한다. 우리끼리 문화제나 과학기술축제도 조직한다. 이런 공동 활동은 리더십이나 경영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뒤 미국에 유학가거나 인도경영대학원(IIMs)에 진학할 생각이라며, “최소 석사학위 이상은 딸 계획이다. 직업을 찾기는 쉽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동문들 대부분이 공부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인도공과대학에 쏟아지는 가장 뜨거운 비판은 세금을 들여 애써 키워놓은 인력들이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두뇌 유출’ 논란이다. 90년대 미국의 실리콘벨리 붐에는 이 학교 출신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라사드 총장은 “그런 논란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인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졸업생들이 인도에 남아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졸업생중 해외로 바로 나가는 것은 30% 정도이고, 70%는 인도에 남아 사업을 시작하거나 연구직으로 진출한다. 많은 졸업생들이 자기 기업을 세워 성공한 리더가 된다.”

50년 넘게 꾸준히 제자리를 지켜온 인도공과대학은 미국의 실리콘벨리붐과 인도 경제의 급부상 이후 전세계에서 이 학교의 ‘비결’을 알기 위해 몰려오는 참관인과 취재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변했다. 프라사드 총장은 “기대수준이 높아져 부담스럽지만 정부나 동문들로부터 지원이 늘어 더 나은 교육 시설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 했다.

뉴델리/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연간 65만명 배출해도 IT 인력난
아웃소싱 산업 급팽창…잦은 이직도 문제

인도를 전세계 정보통신(IT) 아웃소싱 산업의 중심지로 만든 ‘값싸고 우수한 아이티 인력 무한공급’의 ‘신화’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전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로 몰려오면서 인력 수요가 폭증해 숙련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300만명이 넘는 대졸자와 40만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되지만, 해마다 30% 이상 성장하는 아이티 산업의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중상급 이상 전문인력은 매년 20~50%씩 임금을 올려줘도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하는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가들은 호소한다. 인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웃소싱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인도 정부와 학교, 기업들도 인력수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도 정보통신부의 S.Z. 하크 부국장은 “더 많은 정보통신 인력들을 키워내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 등 공식 교육기관 외에도 10학년(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들이 정부가 인정하는 사설 교육기관에서 공부해 정보통신 관련 자격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미 취업한 인력들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해 65만7천여명의 아이티 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며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도공과대학 델리캠퍼스의 프라사드 총장도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우리가 배출하는 인원이 너무 적다는 것이 학교와 정부의 고민”이라며 우선 박사과정 학생 증원과 함께 부속 캠퍼스나 제2 캠퍼스를 지어 학생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현재 7개인 인도공과대학 캠퍼스를 12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나 인포시스 같은 주요 정보통신 기업들도 자체 훈련센터를 두고 해마다 수천명을 훈련시키고 있다. 최근 동유럽과 중국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아웃소싱 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인도는 인력 확대를 위한 시간과의 경쟁에 돌입했다.

뉴델리/박민희 기자



1부 : 아시아의 새 질서, 왜 인도인가

2부 : 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1. ‘두개의 인도’ 변화시동-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는가?
2. IT산업(상)-인도의 두 얼굴
3. IT산업(하)- 영원한 하청인가, 새 브랜드산업인가
4. 미래를 향한 주문, 제조업, 제조업, 제조업
5. 성장 동력 확보 작전
6. 뭄바이 증시와 거시경제
7. 민영화 빛과 그림자
8. 4억을 노려라, 인도의 중산층
9. 에너지를 확보하라
10. 자살하는 농민들
11. 인도 정부의 ‘농민구출작전’
12. 도시 빈민과 도시 재개발
13. 카슈미르/분단의 땅, 화해의 싹
14. 여성들 사리를 벗다
15. 카스트는 영원하다?
16. 델리/첸나이/오리싸-한국과 인도의 윈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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