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화재배로 유명한 인도 중부 마하라슈트라주의 비다르바 지역 고사라 마을 주민들이 공동우물에서 줄을 지어 물을 긷고 있다. 인도 농촌엔 수도 시설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으며, 식수나 농업용수가 부족한 곳도 많다. 마하라슈트라/임종진 기자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정부 개발재원 부족 강물도 판다
정부 개발재원 부족 강물도 판다
인도 내륙 차티스가르주의 셰오나스강 주변에는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다. 차티스가르주가 분리되기 전인 지난 1998년 10월 당시의 마드야프라데시주 주정부가 ‘레디어스워터’라는 민간개발회사에 개발권을 넘겨, 강 주변 23.6㎞ 유역에 22년간 독점적 접근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수원 민영화 조처는 인도에서도 처음이었다. 주민들은 레디어스워터 직원들이 강 주변에서 자신들을 몰아낼 때에야 이런 조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정부가 상수원과 관개용수를 개발할 재원이 없자, 아예 강 개발권 전체를 민간회사에 넘겨버린 것이다. 주정부는 레디어스워터에 일정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매년 일정 양의 용수를 구입하겠다고 계약했고, 이에 따라 차티스가르주산업협회가 산업용수를 구입해 산업단지에 재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에 공장유치가 안 돼, 비싼 값에 구입한 용수는 쓸 곳이 없다. 지난 3월에만 120만루피(약 2620만원)나 손실이 났다. 상장총량 40%가 공기업 주식…민영화 박차
수자원 등 공공성 큰 분야부터 매각 부작용 지난 1991년 외환부족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며, 수입제한 철폐, 관세 삭감, 금융시장 개방, 산업진입 장벽 철페, 민영화 등을 뼈대로 하는 경제개혁 조처를 시작했다. 이 조처는 당시 재무장관이던 만모한 싱 현 총리가 주도했다. 현재 인도의 경제활황을 이끈 경제개혁과 개방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민영화 조처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오랜 사회주의적 전통으로 현재 인도 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40%가 공기업 주식이다. 인도의 10대 기업 중 7개는 국영기업이며, 이 가운데는 5개의 석유가스회사, 철강회사, 은행이 포함되어 있다. 국영은행은 인도 전체 금융계좌의 90%를 가지고 있다. 국영기업 등 공기업에는 제빵회사, 소규모 호텔 등도 있다. 공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극히 떨어지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 인도 공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에 견줘 25%, 소매금융과 발전은 10%에 그친다는 게 투자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분석이다. 특히 송전 분야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런 비효율성과 정부의 고질적 재정적자로 인한 재원부족 때문에 민영화는 인도 경제개혁의 가늠자로 여겨졌다. 인도 정부도 매년 민영화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있으며, 민영화를 통해 확보할 정부재원의 규모를 함께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민영화 작업은 지지부진하고, 그 방향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민영화’라는 표현 대신 ‘개혁’이나 ‘효율성 개선’‘공공-민영 파트너십’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처럼, 민영화에 대한 저항감도 크다. 2003년 인도 대법원은 일부 공기업 매각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해, 민영화 작업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민영화 대상이 공공성이 큰 분야에서 먼저 이뤄지고 있다는 데 있다. 당연히 일상생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분야가 수자원과 전력부문이다. 셰오나스강 개발권 민영화 사례처럼, 여러 주정부는 수자원을 민영화했으나 주민들의 용수 사정은 오히려 악화됐다. 마하라슈트라주의 찬드라푸르에서는 주민들이 하루 5시간씩 공공펌프나 수도를 통해 생활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었으나, 2004년 3월 수자원이 민영화된 뒤부터는 2시간으로 줄었다. 투자를 끌어들이려고 민영화했으나, 개발권과 공급권을 가져간 기업들은 돈이 안 되는 공공수도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인도 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열악한 전기 사정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송배전 부분 민영화도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03년 인도 전력부는 각 주 정부와 단계적으로 배전부분 민영화에 착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가 소유의 발전시설도 단계적으로 분리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 인도 공장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체 발전기를 준비해야 하며, 일반인들의 전력 사정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자야티 고슈 자와할랄네루대학 사회경제학부 교수는 “델리만해도 3년 전 전력 송배전 민영화 이후 정전이 더 심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며 “정부는 인프라 구축 재원이 없어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하나, 현재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1400억달러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소유 호텔들을 7억1400만달러에 인수한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물에 손하나 대지 않고 3개월 뒤 2배에 팔았다”며 “현재의 민영화는 관료들과 기업가들의 정치적 거래”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민영화 대상으로 지목되는 에어인디아는 2001년 싱가포르에어라인이 인수를 포기했다. 정작 민영화가 필요한 기업은 여전히 비효율을 상징하는 공기업으로 남아 있고, 인프라 개선이라는 인도의 숙제는 쌓여가고 있다. 델리 뭄바이/박민희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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