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쇼핑몰 안살플라자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교육 받은 도시인들을 중심으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외국의 대형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뉴델리/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인도의길인도의힘2부-8. 떠오르는 중산층]
엘지전자 입사 연봉 10배 뛴 50대 “부동산에 관심”
사치품 시장 연 14% 성장…다국적기업 속속 투자
뉴델리 외곽 신도시인 노이다의 아파트에서 샤시다란(오른쪽) 엘지전자 부장이 아들 프라샨트, 딸 비디아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과 투자가 주요 관심사인 샤시다란 가족은 성장하고 있는 인도 중산층의 삶을 보여준다. 노이다/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2003~2004년 인도의 자동차 내수 판매는 116만대로, 전년에 견줘 29%나 증가했다. 뉴델리의 컨설팅기업 테크노팩(Technopak)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인도의 사치품 소비시장 규모는 138억달러이며, 해마다 14%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델리나 뭄바이 같은 대도시에선 ‘빅 바자’ ‘판탈롱’ ‘라이프 스타일’ ‘쇼퍼스 스톱’ 같은 대형 쇼핑몰들이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인도 양대 재벌의 하나인 릴라이언스도 최근 전국 1500~1800개 슈퍼마켓에 1000억루피(22억달러)를 투자했다. 모두 새롭게 형성되고 확장되는 중산층을 겨냥한 것이다. 인도에서 중산층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인도를 방문하면서 “인도는 3억의 중산층이 있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이는 인도 정부의 발표수치와 같다. 연소득이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GNI) 620달러(2006년 세계은행)의 3배 정도인 2000달러(186만원)가 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인도 정부는 인도의 낮은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이 정도도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인도 중산층이 미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는 ‘호들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델리의 인도응용경제연구소는 연소득 최저 4400달러(410만원)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5800만명으로 계산하고 있다. 인도의 많은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의미있는 구매력을 지닌 중산층은 최대 1억명 정도로 평가한다. 어떻게 규정하더라도 인도가 지금처럼 매년 7~9%의 경제성장을 계속한다면 중산층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대가 ‘인도시장’을 주목받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컨설팅기업인 A.T.키어니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 소매업시장이 2004년 3300억달러에서 2010년 6070억달러로, 5년 동안 80%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대형 브랜드나 유통업체들도 인도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미 인도 정부는 나이키나 노키아 등 단일 브랜드 매장에 대해선 외국인의 지분을 51%까지 허용했다. 아디다스의 경우 지난 회계연도에 인도 전역 110개 매장의 매출이 전년도에 견줘 97% 증가했고, 올해는 매장을 60개 더 열 예정이다. 이제는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해서도 외국인 직접투자 금지가 풀릴 것인지가 관심거리지만, 중소상인 등의 반대가 만만찮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중산층, 특히 젊은이들의 자신감이다. 뉴델리의 대표적 쇼핑몰인 안살플라자 앞 광장에서 만난 샤일자 루드라(21)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이다. 쇼핑백을 잔뜩 든 채 광장에 앉아 있던 루드라는 대학을 졸업하면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정부에 취직할 생각이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고도 유연해지고 ,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사회도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인도의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 우리가 인도의 미래니까.” 뉴델리 노이다 뭄바이/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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