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를 넘나드는 빠른 경제성장에 비해 인도 인구의 절반 가까이는 아직 전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도 델리의 오래된 재래시장인 자마 마스지드 시장의 점포들 사이로 몰래 전기를 끌어다 쓰기 위해 기존의 전깃줄에 얼기설기 선을 이은 모습들이 보인다. 이러한 전력 누출은 전기 부족 문제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항상 합선 등 화재의 위험을 머금고 있다. 델리/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에너지 확보에 경제 사활 걸렸다”
“에너지 확보에 경제 사활 걸렸다”
원유매장량 급감…수입의존도 75%
국외광구·심해유전 개발…중국과 경쟁 지난해 8월15일 인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압둘 칼람 대통령은 “에너지 독립은 인도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해마다 경제가 7% 넘게 성장하는 인도에 에너지 부족은 가장 큰 장애이자 도전이다. 인도는 전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지만, 원유·가스 매장량은 전세계 매장량의 0.5%에 지나지 않는다. 54억배럴 규모인 국내 원유매장량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국내 원유 생산은 연 3300만t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4∼2005 회계연도의 경우 9586만t의 원유를 수입해 수입의존도가 75%까지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원유 수입에 116억8천만루피(약 2353억원)가 쓰였다. 오는 2030년엔 원유의 수입의존도가 94%로 늘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예측한다. ‘에너지 확보작전’은 인도 경제의 사활이 걸린 임무가 됐다. 인도 최대 단일기업이자 세계 15위의 에너지기업인 국영 석유가스공사(ONGC)는 국내 원유·가스 생산의 83%를 맡는 등 ‘에너지 확보작전’의 최전선에 서 있다. 2005~2006 회계년도에 2440만t의 원유와 226억㎥의 천연가스를 생산했다. 지금까지 발견한 300여개 유전에서 60억t에 해당하는 원유·가스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다. 뭄바이와 아삼주 등 인도 곳곳의 유전 외에도 ONGC는 2000년대 들어 자회사 ONGC비데시(OVL)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해외 에너지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섰으며,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며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현재 최대 투자처인 러시아의 사할린을 비롯해 베트남, 쿠바, 리비아, 이집트, 카타르, 미얀마, 나이지리아, 시리아 등 12개국에서 21개 광구를 개발하고 있다.
ONGC가 국가적 차원에서 전방위 에너지 확보전을 펼치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는 치열한 경쟁자가 됐다. 최근 몇년 동안 ONGC와 중국 석유가스공사(CNPC)는 유전 입찰 경쟁에서 거액을 내놓으며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큰 변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올해 초 마니 샹카르 아야르 당시 인도 석유장관은 해외 에너지 개발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변화된 정책을 내놓았다.
뉴델리 중심가 ONGC 본사에서 만난 고탐 센 기획 담당 전무는 “인도와 중국은 이제 경쟁보다는 협력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급성장하는 중국과 인도 경제는 석유·가스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고, 두 나라가 계속 경쟁한다면 비용 등 여러 측면을 감당할 수가 없다. 경쟁할 수 밖에 없는 때도 있지만 서로의 윈윈 전략에 중점을 둘 것이다. 에너지 확보는 장기적 사업이며, 신규 유전 탐사·개발은 점점 힘겨워지고 성공률도 낮아지고 있다. 더 어려운 지역들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며, 중국과 인도 모두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ONGC와 CNPC는 광범위한 협력을 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합작으로 시리아의 알푸라트 유전을 인수하고 수단의 대나일 석유프로젝트(GNOP)에 참여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양쪽의 협력은 소규모 사업에 머물고 있고, 중국쪽은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앙골라의 대형 유전, 2005년 캐나다계 석유기업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전과 에콰도르 유전 개발권 경쟁에서 중국 CNPC는 잇따라 인도의 ONGC를 제치고 승자가 됐으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ONGC는 새로운 국내 매장량을 찾아내기 위해 심해유전 탐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발견한 유전·가스전 10곳 가운데 5곳이 심해유전이었다. 최근 새로운 매장량을 확보하는 데 부진하다는 비난에 시달려 온 ONGC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심해광구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인도에 풍부한 석탄을 이용한 메탄올(CBM)과 석탄 가스화 등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밖에 인도는 올해초 정부 차원에서 국내 유전·가스전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생산을 늘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이란-파키스탄-인도로 이어지는 2600㎞가스관을 건설해 이란산 천연가스를 끌어오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파키스탄과의 평화협정도 이끌어낼 수 있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란과의 협력에 반대하는 새로운 동맹, 미국의 강한 반대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력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2004년 인도의 최대 전력수요 대비 전력 부족률은 12.1%로, 정전은 ‘일상사’다. 전기를 몰래 끌어다 쓰려고 정식 전기줄에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이어놓은 전선들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도 전력부의 알록 쿠마르 국장은 “도시 가구의 43%, 농촌 가구의 56%가 전력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1인당 평균 전력소비량이 연간 1247㎾인데 비해 인도는 526㎾다. 현재 인도의 전력 수요 12만5천㎽는 2012년 20만㎽, 2020년 35만㎽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2009년까지 모든 마을에, 2012년까지는 전 가구와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투자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쿠마르 국장은 “전력 공급이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2003년 법 개정으로 전력 시설 민영화를 추진하고 국내외 민간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전력부 장관은 중국 기업들이 인도의 전력생산 분야에 투자할 것을 적극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대기업 엔론이 참여했던 마하라슈트라주의 전력 민영화 사업인 다볼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는 등 성과는 크지 않고, 민영화에 대한 비판은 높다. 인도는 지난 3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 때 맺은 핵협력협정을 통해 원자력 발전을 늘리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원자력 발전은 인도 전력생산의 3%에 불과하다. 이 협정에 대해 미국과 인도 내부에서도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핵공급그룹의 국제적 동의도 얻어야 하는 등 인도가 기대하는 성과가 언제 현실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뉴델리/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국외광구·심해유전 개발…중국과 경쟁 지난해 8월15일 인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압둘 칼람 대통령은 “에너지 독립은 인도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해마다 경제가 7% 넘게 성장하는 인도에 에너지 부족은 가장 큰 장애이자 도전이다. 인도는 전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지만, 원유·가스 매장량은 전세계 매장량의 0.5%에 지나지 않는다. 54억배럴 규모인 국내 원유매장량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국내 원유 생산은 연 3300만t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4∼2005 회계연도의 경우 9586만t의 원유를 수입해 수입의존도가 75%까지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원유 수입에 116억8천만루피(약 2353억원)가 쓰였다. 오는 2030년엔 원유의 수입의존도가 94%로 늘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예측한다. ‘에너지 확보작전’은 인도 경제의 사활이 걸린 임무가 됐다. 인도 최대 단일기업이자 세계 15위의 에너지기업인 국영 석유가스공사(ONGC)는 국내 원유·가스 생산의 83%를 맡는 등 ‘에너지 확보작전’의 최전선에 서 있다. 2005~2006 회계년도에 2440만t의 원유와 226억㎥의 천연가스를 생산했다. 지금까지 발견한 300여개 유전에서 60억t에 해당하는 원유·가스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다. 뭄바이와 아삼주 등 인도 곳곳의 유전 외에도 ONGC는 2000년대 들어 자회사 ONGC비데시(OVL)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해외 에너지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섰으며,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며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현재 최대 투자처인 러시아의 사할린을 비롯해 베트남, 쿠바, 리비아, 이집트, 카타르, 미얀마, 나이지리아, 시리아 등 12개국에서 21개 광구를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ONGC와 CNPC는 광범위한 협력을 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합작으로 시리아의 알푸라트 유전을 인수하고 수단의 대나일 석유프로젝트(GNOP)에 참여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양쪽의 협력은 소규모 사업에 머물고 있고, 중국쪽은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앙골라의 대형 유전, 2005년 캐나다계 석유기업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전과 에콰도르 유전 개발권 경쟁에서 중국 CNPC는 잇따라 인도의 ONGC를 제치고 승자가 됐으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ONGC는 새로운 국내 매장량을 찾아내기 위해 심해유전 탐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발견한 유전·가스전 10곳 가운데 5곳이 심해유전이었다. 최근 새로운 매장량을 확보하는 데 부진하다는 비난에 시달려 온 ONGC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심해광구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인도에 풍부한 석탄을 이용한 메탄올(CBM)과 석탄 가스화 등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밖에 인도는 올해초 정부 차원에서 국내 유전·가스전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생산을 늘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이란-파키스탄-인도로 이어지는 2600㎞가스관을 건설해 이란산 천연가스를 끌어오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파키스탄과의 평화협정도 이끌어낼 수 있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란과의 협력에 반대하는 새로운 동맹, 미국의 강한 반대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력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2004년 인도의 최대 전력수요 대비 전력 부족률은 12.1%로, 정전은 ‘일상사’다. 전기를 몰래 끌어다 쓰려고 정식 전기줄에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이어놓은 전선들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도 전력부의 알록 쿠마르 국장은 “도시 가구의 43%, 농촌 가구의 56%가 전력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1인당 평균 전력소비량이 연간 1247㎾인데 비해 인도는 526㎾다. 현재 인도의 전력 수요 12만5천㎽는 2012년 20만㎽, 2020년 35만㎽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2009년까지 모든 마을에, 2012년까지는 전 가구와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투자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쿠마르 국장은 “전력 공급이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2003년 법 개정으로 전력 시설 민영화를 추진하고 국내외 민간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전력부 장관은 중국 기업들이 인도의 전력생산 분야에 투자할 것을 적극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대기업 엔론이 참여했던 마하라슈트라주의 전력 민영화 사업인 다볼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는 등 성과는 크지 않고, 민영화에 대한 비판은 높다. 인도는 지난 3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 때 맺은 핵협력협정을 통해 원자력 발전을 늘리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원자력 발전은 인도 전력생산의 3%에 불과하다. 이 협정에 대해 미국과 인도 내부에서도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핵공급그룹의 국제적 동의도 얻어야 하는 등 인도가 기대하는 성과가 언제 현실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뉴델리/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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