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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11. 농민구출 작전

등록 2006-05-24 18:42수정 2006-05-25 01:07

일흔살쯤 되었을까. 흰머리 가득했던 그녀의 삶은 오래도록 흙과 버무려져왔음을 어렵지않게 알 수 있다. 인구의 26%인 3억명이 하루 1달러 수입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인 인도. 맨발의 그녀에게서 삶의 고단함은 시리게 묻어난다. 임종진 기자
일흔살쯤 되었을까. 흰머리 가득했던 그녀의 삶은 오래도록 흙과 버무려져왔음을 어렵지않게 알 수 있다. 인구의 26%인 3억명이 하루 1달러 수입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인 인도. 맨발의 그녀에게서 삶의 고단함은 시리게 묻어난다. 임종진 기자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100일간 일자리 보장’ 농촌살리기 나서
농민·빈곤층·소외된 카스트들의 목소리 커져
예산 확보·농사 의존하는 인구 줄이기등 숙제

인도 정부가 ‘농촌 빈곤과의 싸움’에 나섰다.

1년에 100일 동안 농촌 가구당 1명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전국농촌고용보장계획(NREGS)’이 지난 2월부터 인도 농촌의 200개 시범지구에서 실시되고 있다. 하루 60루피(1250원)의 임금을 받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약 350만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소냐 간디 집권 국민회의당 당수와 만모한 싱 총리가 “인간의 얼굴을 한 성장”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4년에 걸쳐 전국 농촌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인도 국가계획위원회의 수석자문관 프라납 센 박사는 “인도인의 대다수가 살고 있는 농촌 마을의 45%에만 관개시설이 갖춰져 있다. 나머지는 6~7월 몬순기간 동안 내리는 비에만 의존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1모작 밖에 할 수 없어 농민들이 100일 넘게 실업자로 지낸다. 농촌고용계획은 농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농촌에 꼭 필요한 도로와 관개시설, 수로 공사 등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 사업은 현 인도 정부가 자신들에게 권력을 준 농민과 빈곤층에게 보내는 첫 답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회의당은 2004년 5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총선 승리를 거두며 집권에 성공했다. 당시 8년 동안 집권중이던 우파 힌두민족주의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은 압승을 예상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했다. 급속한 경제성장, 파키스탄과의 평화협상 시작, 강대국으로 부상 등 질 이유가 없었다고 여긴 그들은 “빛나는 인도”를 선거구호로 내세웠다. 그러나, 농민과 빈곤층, 소외된 카스트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빛나는 인도’에서 소외된 이들이 국민회의당과 좌파정당에 표를 던져 침묵하던 목소리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 인도 정부는 국민회의당을 중심으로 24개 좌파 정당이 연합한 ‘진보연정(UPA)’이다. 농촌고용계획은 11억 인도인중 3억명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모순을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적 압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경고 속에서 좌파연정이 내놓은 대표적 사업이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인 이 프로그램이 과연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인도 정부는 올해 1100억루피(2조5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 사업을 시작했으며, 전국으로 확대하면 매년 4천억루피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정적자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 정부가 과연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과거에도 인도 정부는 농촌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실시했지만,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예산부족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국가계획위원회의 센 박사는 “정부도 그런 문제를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농촌고용보장법을 통과시켜 예산과 일자리 제공들을 법으로 뒷받침하게 했고, 함께 정보공개법도 마련해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신고·처벌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는 “예산보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사업을 실행하느냐”라며 “신청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줄 적당한 건설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게 가장 힘들다. 계획처럼 고용이 확대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초기단계여서 아직 평가를 내릴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북중부 우타르푸라데시주 등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동남부 비하르주에선 신청자들에게 일자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센 박사는 농촌빈곤을 해결하려면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가 빈민이 되지 않고 농촌에 머물면서도 농산물 가공 산업이나 서비스 분야 등 일자리를 다양화해 농사에만 의존하는 인구를 줄여야 한다며 “얼마나 빨리 농촌사정이 나아질 수 있을지는 인프라와 정부의 재정적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인도인 70% 이상이 농촌에 살고 있고 이 가운데 84%가 농사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 비율을 40%로 낮춰야 한다. 인도 농촌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도로나 냉동차량이 없기 때문에 농민들이 시장까지 농산물을 가져갈 수 없어 마을에 찾아오는 상인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상인들은 헐값에 농산물을 사들인다. 전력도 저장시설도 없기 때문에 농민들은 헐값에 농산물을 그때그때 팔아버려야 한다. 농산물 가공 산업을 마련하면 농민들의 수입이 늘 것이다. 농촌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한 IT 교육도 전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인도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올해 3.2%로 늘리기로 했다.

농촌보건 문제도 심각한 상황으로 의사들이 도시나 해외로만 향하기 때문에 농촌 의료시설의 42~45%에는 의료진이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인도 정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기초적인 의료교육을 시켜 가벼운 진료는 전담하게 하고, 심각한 환자들은 도시로 보내게 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정부가 빈곤층의 자활사업에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 사업도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 속에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잡으려는 인도 정부의 이런 노력은 최근 힘겨운 역풍을 맞고 있다.

서구의 투자자들과 인도 내 보수파들은 ‘경제개혁과 민영화, 시장개발에 힘써야할 정부가 좌파정책에 발목잡혀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농촌고용보장계획을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특히 최근 인도 증시가 급락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외계층 교육·경제 지원단체 ‘인도교육과학기구’의 비노드 라이나 사무국장은 “시민단체와 진보세력들이 여러해 동안 농촌고용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는 인도 정부가 내놓은 가장 의미 있는 정책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걸음마 단계인 농촌고용보장사업은 인도가 ‘선부론’과 ‘균부론’중 어느 길을 선택할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잣대다.뉴델리·나그푸르/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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