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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12. 도시빈민

등록 2006-05-25 18:25수정 2006-05-26 10:10

뭄바이의 금융중심지인 포트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 빈민가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한 어머니가 천막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은 인도 어디를 가나 쉽게 마주칠 수 있지만, 이들은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안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고 있다. 
뭄바이/강창광 기자<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뭄바이의 금융중심지인 포트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 빈민가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한 어머니가 천막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은 인도 어디를 가나 쉽게 마주칠 수 있지만, 이들은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안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고 있다. 뭄바이/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인도의길인도의힘2부:새 ‘슈퍼파워’ 현장을 가다]
뭄바이 빈민촌,삶 고달파도 활력 넘치네
시 인구 절반 빈민촌 거주 …8백명당 화장실 1곳
가내수공업 중심지…‘연 5억달러’ 서민경제 현장

인도 대도시의 빈민촌은 인도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장소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경제활황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는 민중들의 고단한 삶이라는, 인도의 나머지 절반이 빈민촌에 있다. 고단한 삶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놀랄만큼 활기찬 서민경제의 자생력도 빈민촌의 다른 얼굴이다.

인도 최대도시이자 경제수도라는 뭄바이의 북서쪽, 국제공항 인근의 다라비. 약 60만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아시아 최대의 빈민촌이다. 계속 모여드는 주민들로 경계도 모호해, 전체 면적은 430∼530에이커(52만6천평∼64만9천평)로 추산된다. 자동차로 관통하면 20∼30분동안 계속 판잣집과 천막집이 양옆으로 스쳐간다. 나무판대기와 슬레이트로 지은 판잣집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고, 길 한 귀퉁이에 각목 2∼3개를 기둥 삼아 천막으로 가리기만 한 집들도 부지기수다.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곳이면 2∼3층으로 올리기도 한다. 애초 사람이 살 수 없던 진흙밭이었으나, 1947년 인도 독립 이전부터 일자리를 찾아 각지에서 온 주민들이 땅을 메꾸며 빈민촌이 형성됐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화장실 부족에서 잘 드러난다. 빈민주거환경 시민단체인 ‘스파르크’의 집계로는, 다라비의 용변시설은 주민 800명당 1개 뿐이다. 뭄바이 등 인도 대도시에 유난히 많은 유료화장실의 사용료는 보통 1루피(약 21원). 하루 10루피(약 210원)씩 한달에 300루피(6300원) 정도 버는 주민이 적지않은 빈민촌에선 유료화장실 이용도 사치이다. 그렇다고 주거비용이 싸지도 않다. 귀퉁이 땅에 지어진 집도 보통 5만∼30만루피(105만∼630만원)를 내야 한다. 빈민가의 토호들이 땅 점유권을 거머쥐고, 이를 돈을 받고 나눠주는 것이다. 점유권을 산 주민들은 주소도 부여받고 전기와 케이블도 연결받을 수 있다. 토호들이 경찰과 관리, 정치인들의 묵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뭄바이 인구 중 빈민촌 주민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다라비의 일부 구역이 이제는 빈민가라기 보다 서민밀집지역으로 격상되는 등 빈민촌의 정의가 갈수록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또 출생신고가 제대로 안 되는 등 인구집계가 정확하지 않은 탓도 있다. 대략 뭄바이 인구 1200만명 가운데 600만∼750만명이 빈민촌에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뿐만 아니다. 뭄바이 인구의 5%인 60만명은 거리에서 노숙하며, 2%인 24만명은 부랑자이다. 또 다른 250만명은 붕괴위험에 처한 노후건물에서 위태롭게 생활한다. 그래도 이들은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스파르크 등 시민단체는 인도 전체 도시 인구 중 50%는 빈민촌에서 생활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빈민촌이 절망과 고통의 현장만은 아니다. 다라비만 해도, 공예품을 중심으로 연 5억달러 어치 이상을 생산하는 산업현장이다. 인도 서민들이 즐겨먹는 빵인 ‘이들리’, 피혁, 도자기, 금속공예, 플라스틱 재활용품, 기내식 나이프까지 수천가지 품목을 만들어내는 소규모 가내 수공업의 중심지이다. 특히 진흙을 이용한 생활 도자기는 이곳의 특산품으로, 뭄바이 서민들의 생활 필수품이다. 활기찬 서민경제를 보여주는 다라비 등 빈민촌은 뭄바이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뭄바이 시당국은 주거환경 개선과 빈민촌 서민산업 육성을 내걸고 2004년부터 빈민촌 재개발에 나서고 있다. 공유지인 빈민촌의 땅을 재개발하기 위해 민간업자에게 땅을 팔아, 그 비용으로 빈민촌 주민들에게 새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한편 빈민촌을 현대적인 상업·주거시설로 만든다는 것이다. 다르비의 경우 12억달러를 투자해, 이곳의 수공업 가게들을 현대적인 쇼핑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인근에 계획중인 국제금융센터로 금싸라기 땅으로 변해가는 다라비의 매력에 이끌려 일본의 미쓰비시, 인도 최대 재벌의 하나인 릴라이언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빈민촌과 한때 번성했던 585에이커에 달하는 방직공장 터는 뭄바이의 현대화와 팽창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시당국은 빈민촌 375에이커를 재개발하기로 나서, 이미 123에이커를 집행했다. 방적공장 터의 절반도 민간업자들에게 팔린 상태이다. 하지만 도시재개발이 원주민에게 개선된 주거환경을 제공하기보다는 중상류층과 상업자본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경험이다.

뭄바이 빈민촌의 주민들은 이제 자신들의 고단한 삶이나마 지탱해주는 빈민촌을 지켜내야 하는 또 하나의 짐을 짊어지게 됐다.

뭄바이/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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