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지역의 군사력 균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군 근대화도 한 요인이지만, ‘미-일 동맹의 세계화’를 내세운 미국과 일본의 전력강화가 진원지다. 특히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삼아온 미·일의 미사일방위(MD) 체제 구축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을 계기로 한층 가속도가 붙은 양상이다. 두 나라 정상은 29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일 전력 강화=미군의 세계전략에 따른 주일·주한미군 재편의 주요 목적은 테러 대응과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중국 견제다. 미군은 육군 1군단 사령부의 일본 자마기지 이전과 같은 사령부 기능의 통합 등을 통해 일본 자위대와의 일체화와 운용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또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와 한반도·일본·대만에서 비행기로 2∼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괌의 해·공군력 강화를 통해 이 지역에서 억지력을 한층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과거 후방기지였던 괌은 아시아·태평양의 분쟁지역에 단시간에 미군을 증파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미군은 괌을 모항으로 하는 원자력잠수함을 2척에서 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항공자위대의 전투기 공중전과 해상자위대의 대잠수함전 등 앞으로 괌에서 펼쳐질 자위대의 실전대비 훈련도 주목된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은 “중국과 북한을 억제하는 데 일본이 더욱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됐다”며 “10년 전이라면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일본이 끼어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억지요소”라고 강조했다.
MD 구축 급가속?=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발사 충격이 미사일방위(MD) 체제 논의를 급진전시켰다면, 이번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가속도의 추진체가 되고 있다. 존 워너 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은 27일 “현 상황은 엠디 체제에 대해 계속 연구·개발해 항구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최신예 요격미사일과 감시레이더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코밑에서 벌어지는 이런 움직임은 중국의 군비증강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크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30일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 그레이스랜드로 향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마주앉아 있다. 멤피스/AFP 연합
미군은 최신형 지상발사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3(PAC3) 4기를 주일미군 기지에선 처음으로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에 올해 안에 배치하기로 했다. 사이타마현 이루마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 등 항공자위대 기지의 패트리엇3 실전배치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해상에선 미사일 추적이 가능한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2척이 동해와 태평양 쪽에 배치된 데 이어, 이달 하순 미 해군의 이지스함 2척이 추가됐다. 해상발사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3(SM3) 발사가 가능하도록 개량돼 요격능력을 갖춘 이지스함 ‘샤이로’도 8월 요코스카기지에 처음 배치된다. 미 해군은 또 원자력잠수함의 일본 기항을 크게 늘려 동해와 동중국해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패트리엇3의 일본내 라이선스 생산과 차세대 해상발사 요격미사일의 공동생산에 합의한 것도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조처다.
이와 함께 애초 8월 배치 예정이던 지상이동식 X밴드레이더가 지난 23일 아오모리현 샤리키 항공자위대 기지에 반입돼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탄도미사일 감지가 가능한 이 레이더는 이지스함과 함께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감시능력을 비약적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