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왼쪽)이 26일 뉴욕에서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인 존 스튜어트(오른쪽)가 진행하는 ‘데일리 쇼’에 출연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자서전 <사선에서> 홍보를 위해 이 쇼에 출연했다. 뉴욕/AP 연합
내년 총선 겨냥해 무슬림 달래고 미국 견제 속셈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강력한 우군인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페르베즈 대통령이 최근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폭로를 잇따라 내놓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
그는 “미국이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석기시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자서전에선 “알카에다 용의자를 넘겨 주고 수백만 달러를 미국으로부터 받았다”고 털어 놓아 미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무샤라프의 이런 행보는 내년 10월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노림수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미국과 거리를 둠으로써 반미정서가 강한 자국 무슬림 지지층을 넓혀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섣불리 자신을 제거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여있다.
무샤라프는 이미 지난달 초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에 위치해 친탈레반 성향을 보여온 북와지리스탄주의 부족장들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부족장들이 탈레반 단속을 강화하는 대신 파키스탄군은 이 지역에서 철수하겠다는 게 협정의 뼈대다.
그가 서방의 강한 의혹에도 협정을 맺은 데는, 이 지역은 물론 파키스탄 최대주들인 발로치스탄주와 북서변경주에서 정치적 실세인 이슬람 정당 ‘자미앗 울레마-에-이슬람(JUI)’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6일 분석했다. 무샤라프는 발로치스탄에서는 종족지도자 암살 문제 때문에, 북서변경주에서는 이 지역의 강경 이슬람 정서로 다른 지역보다 낮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무샤라프와 부족장들 간의 협정을 막후 중재한 ‘자미앗 울레마-에-이슬람(JUI)’은 탈레반과의 직접 연관성은 부인하지만, 이념적으로 그들을 지지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무샤라프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회담도 회담 시간의 대부분을 무샤라프가 협정 내용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협정은 탈레반 쪽과 맺은 게 아니라 탈레반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부시와 백악관 관리들은 뚜렷하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백악관의 관심사는 그 지역(북와지리스탄)에 군대를 보낼 수 있는 파키스탄 당국의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라고 협정 내용에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양국 관계의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미 외교관계위원회 리처드 하스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은 불완전한 정부를 너무 세게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현 정부가 전복되고 더 불완전한 정부가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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