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이 반정부 시위 주도 세력인 승려들을 무차별 체포·구금하는 가운데 양곤 인근 사딘탁 수도원의 승려들이 2일 공양을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미얀마 항쟁’ 현장을 가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은 2일 겉으로는 일상을 거의 회복한 듯이 보였다. 주요 상징물 주변에 놓인 바리케이드는 철거됐고, 거리에 배치된 군인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8월 중순 시작된 시위의 도화선이 된 유가인상 등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고, 뛰는 물가는 고달픈 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양곤의 상징물인 쉐다곤탑 근처에서 만난 20대 시민은 “정부가 아무런 설명없이 에너지 가격을 올려 살기가 많이 힘들어졌다”고 푸념했다. 미얀마 정부는 휘발유값을 ℓ당 1500차트에서 2500차트로 올렸다. 그나마 하루에 2갤런씩밖에 살 수 없다고 한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가스 가격은 무려 6배 올랐다. 한 택시기사는 “기름값이 올라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곧바로 다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단거리 버스요금은 50차트에서 100차트로 올랐다. 노동자 월급이 3~4만차트 수준이어서, 이 정도의 요금은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한국업체들은 급여를 올려주기도 했다. 민주화 요구 시위가 본격화하기 전에도 미얀마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40%로 추산돼, 가난한 이들은 식료품을 사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여기에 야간통행금지 때문에 공장조업시간이 제한을 받고, 관광객도 줄었다. 야간조업을 하던 공장들도 저녁 5시면 직원들을 집으로 보내야 한다. 천연자원 풍부·무역흑자인데도 물가상승률 40%
부유층 달러 사재기…빈곤층 식료품도 못구해
하루 수차례씩 단전…경제제재도 ‘빈곤의 원인’
미얀마 군인들이 2일 양곤 시내에 있는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집 부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군정은 시위가 수그러들자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던 바리케이드를 부분적으로 치웠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민주화 시위가 수그러들어 한적한 양곤 시내의 거리를 차량과 인력거 등이 지나가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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