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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그들은 ‘빵과 민주주의’를 원했다

등록 2007-10-02 19:52수정 2007-10-02 22:22

미얀마 군정이 반정부 시위 주도 세력인 승려들을 무차별 체포·구금하는 가운데 양곤 인근 사딘탁 수도원의 승려들이 2일 공양을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미얀마 군정이 반정부 시위 주도 세력인 승려들을 무차별 체포·구금하는 가운데 양곤 인근 사딘탁 수도원의 승려들이 2일 공양을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미얀마 항쟁’ 현장을 가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은 2일 겉으로는 일상을 거의 회복한 듯이 보였다. 주요 상징물 주변에 놓인 바리케이드는 철거됐고, 거리에 배치된 군인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8월 중순 시작된 시위의 도화선이 된 유가인상 등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고, 뛰는 물가는 고달픈 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양곤의 상징물인 쉐다곤탑 근처에서 만난 20대 시민은 “정부가 아무런 설명없이 에너지 가격을 올려 살기가 많이 힘들어졌다”고 푸념했다. 미얀마 정부는 휘발유값을 ℓ당 1500차트에서 2500차트로 올렸다. 그나마 하루에 2갤런씩밖에 살 수 없다고 한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가스 가격은 무려 6배 올랐다. 한 택시기사는 “기름값이 올라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곧바로 다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단거리 버스요금은 50차트에서 100차트로 올랐다. 노동자 월급이 3~4만차트 수준이어서, 이 정도의 요금은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한국업체들은 급여를 올려주기도 했다. 민주화 요구 시위가 본격화하기 전에도 미얀마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40%로 추산돼, 가난한 이들은 식료품을 사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여기에 야간통행금지 때문에 공장조업시간이 제한을 받고, 관광객도 줄었다. 야간조업을 하던 공장들도 저녁 5시면 직원들을 집으로 보내야 한다.

천연자원 풍부·무역흑자인데도 물가상승률 40%
부유층 달러 사재기…빈곤층 식료품도 못구해
하루 수차례씩 단전…경제제재도 ‘빈곤의 원인’


미얀마 군인들이 2일 양곤 시내에 있는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집 부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군정은 시위가 수그러들자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던 바리케이드를 부분적으로 치웠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미얀마 군인들이 2일 양곤 시내에 있는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집 부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군정은 시위가 수그러들자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던 바리케이드를 부분적으로 치웠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민주화 시위가 수그러들어 한적한 양곤 시내의 거리를 차량과 인력거 등이 지나가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민주화 시위가 수그러들어 한적한 양곤 시내의 거리를 차량과 인력거 등이 지나가고 있다. 양곤/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미얀마 경제의 부실함은 외환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식환율은 1달러에 60차트지만, 공항에서는 450차트를 바꿔준다. 암달러상은 1달러에 1300~1400차트를 쳐준다. 최근 암달러 시장의 환율은 1달에 1200차트에서 1400차트로 뛰었다. 부분적으로 불안감을 느낀 부유층이 달러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와 목재, 보석 등 자원이 풍부해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데도, 미얀마 경제는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에 시달린다. 재정적자는 개선조짐을 보이지 않고, 외국 정부들의 투자 제한도 이어지고 있다. 최대도시인 양곤에서도 하루 몇차례식 예고없이 전력공급이 중단된다. 장년층보다 덩치가 작은 젊은이들이 눈에 띄는 것도 미얀마 경제의 현실을 웅변해주고 있다. 현지인들은 최근 시위에는 어느 때보다 경제적 동기가 강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주의와 함께 빵을 원한 게 이번 시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지식층들은 군사정부의 비효율성과 정책실패, 경제제재를 빈곤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의 존재가 제재의 빌미가 된다며 비난의 화살을 그한테 돌리는 이들도 있다. 양곤의 대표적 시장인 보조시장의 상가에 딸린 좁고 침침한 집에 사는 한 50대 상인은 “물가가 너무 뛰니까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글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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