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5개시 선거서 3곳 이겨 ‘신승’…득표율은 져
투표 하루전 국민당 명예주석 아들 총격사건 영향
투표 하루전 국민당 명예주석 아들 총격사건 영향
27일 타이베이 등 대만 주요 5개 직할시 시장과 시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이 타이베이 등 3곳, 제1야당인 민진당은 가오슝 등 2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두 정당 모두 현재 집권하고 있는 도시에서 재집권에 성공해 전체적으로는 현상유지를 한 셈이다.
그러나 속내는 간단치 않다.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은 2008년 ‘국민소득 3만달러, 6%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지만, 이후 몰아친 경기침체로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해왔다. 대만은 2008년 0.7%, 지난해 마이너스 1.9% 성장을 기록했다.
국민당은 지난 26일 터진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 롄성원(40) 국민당 중앙위원의 총격 사건으로 막판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롄은 선거 직전일인 26일 밤 8시30분 타이베이시 인근의 융허 초등학교에서 국민당 시의원 후보의 지지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랐다가 왼쪽 얼굴에 총을 맞고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총격으로 국민당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이 대거 선거에 참여해 전체적으로 국민당의 득표율이 3~5%포인트 정도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민진당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차이잉원 주석은 타이베이현에서 승격되는 신베이 직할시장 선거에서 국민당 주리준 후보에게 5%포인트 차로 패했고, 또 다른 대선 후보인 쑤전창 전 행정원장도 타이베이시장 선거에서 국민당 하오룽빈 후보에게 예상보다 큰 11%포인트 차이로 졌다. 5대 직할시 시의원 당선자 전체 인원수는 국민당과 민진당이 각각 130석을 차지해 두 당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전체 득표에서는 민진당이 49.9%(377만2000여표)를 차지해 국민당의 44.5%(337만9000여표)를 5.4%포인트 앞섰다.
대만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5대 도시에서 실시된 이번 선거는 마 총통 집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와 2012년 대선의 전초전을 겸하고 있어 대만은 물론 중국 본토에서까지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타이베이 중국문화대학의 정치학 교수 조지 타웨이는 “마 총통이 속도조절은 하겠지만 중국에 협조적인 양안 정책의 전체적인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기대감을 나타내듯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도 “집권 국민당이 5개 도시 중 3곳에서 승리해 중국 본토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마 총통의 정책이 힘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대만에서는 2004년 3월 민진당의 천수이볜 총통이 대선을 하루 앞두고 배에 총격을 입어 롄잔 당시 국민당 후보에게 3만표(0.2%)라는 근소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당시 사건이 조작이었다는 의혹을 떨치진 못하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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