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언론 통해 밝혀
“서구의 경제제재에 찬성하는 태도를 유지하면 비극적 종말을 맞을 것이다.”
미얀마 정부가 관영 언론 <미얀마의 새 빛>을 통해 서구의 경제제재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민족민주동맹(NLD)과 그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를 비난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13일 보도했다. <비비시>는 “서구 국가들이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거나 수정하기에 앞서 민족민주동맹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권력을 잡기 위해 서구 국가의 경제제재 조처를 이용하고 있다”며 “수치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의 틴 우 부의장은 지난 7일 “서구의 제재는 군정과 이에 가까운 재계 세력들에만 영향을 미칠 뿐 대다수 미얀마 국민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서구의 경제제재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수치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뒤 그의 발언이나 행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미얀마 정부가 침묵을 깬 것은 이번 발언이 끼칠 수 있는 파장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7일 수치의 민족민주동맹을 배제한 채 총선을 강행해 옛 군부 인사들로 구성된 통합단결발전당(USDP)에 압승을 안겼다. 통합단결발전당은 이달 초 20여년 만에 군정을 종식하고 의회를 개원해 이른바 ‘질서있는 민주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갖췄다. 미얀마 정부는 이를 내세워 서구의 경제제재를 푸는 등 경제 발전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구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수치 쪽에서 이를 반대한다면 미얀마 정부의 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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