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9명·여성 3명 등 16명 희생…4명은 6살 미만
미군은 단독범행 주장…목격자들 “여럿 가담” 증언
주민 분노 카르자이·미국 향해…탈레반 “보복”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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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아프간 민간인 학살
“미군이 어둠 속에서 집으로 들어오더니 가족을 깨웠어요. 그리고 총으로 쐈어요.”
중무장한 미군이 느닷없이 소년의 집에 침입한 것은 일요일을 맞아 온가족이 단 꿈에 잠든 11일 새벽 3시께였다. 낯선 이의 침입에 집을 지키던 개가 다급한 목소리로 짖어댔지만, 뒤이은 날카로운 총소리에 이내 잠잠해졌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 판자위 지역의 작은 마을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됐다.
올해 열여섯인 소년도 총을 맞았지만 목숨만은 건졌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다리에 총상을 입은 16살짜리 소년이 이날의 참극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계급이 하사로 알려진 미군은 체포될 당시 중무장하고 있었으며, 어둠 속에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적외선 장비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그가 서른 여덟살이며, 두 아이의 아빠”라고 보도했다. 그의 범행이 지난달 아프간에서 벌어진 코란 소각 논란으로 미군 30여명이 공격받아 숨진 일과 관련돼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프간인들은 미군 병사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미군의 만행으로 판자위 지역의 민가 3곳이 습격당해 16명이 사망했다. 그 중 여성이 3명, 어린이가 9명이었다. 어린이 가운데 6살 미만의 아이도 4명이나 된다. 이날 와지르라는 가장이 이끄는 가족 11명은 한 집에서 미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참극을 면한 사람은 외출 중이던 가장 와지르와 그의 한 아이뿐이었다. 파헤드 잔이라는 남성의 집에서는 4명이 살해당했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근처 미군 기지로 옮겨진 주검 16구를 살펴보니 5명의 어린이가 머리에 한발씩의 총격을 받고 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도적인 조준 사격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웃 주민 아나르 굴라는 “옆집 가족들이 모두 죽었다. (미군 병사가) 주검을 한 방으로 옮긴 뒤 담요를 덮고 불을 질렀다. (그가 떠난 뒤) 우리가 달려가 불을 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불에 탄 담요를 들고 미군 부대 근처로 달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압둘 하디(40)는 눈앞에서 부친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밖의 시끄러운 소리에)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나갔던 부친이 총을 맞고 숨졌다”며 “가족들이 나가지 말라고 나를 방안에 숨겨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16명이 숨진 참극의 진상에 대해 미군의 설명과 주민들의 목격담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여러 명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언을 압둘 하디 등 최소 5명의 목격자들이 내놨다고 전했다. 중무장한 미군이 부대를 빠져나갈 때 제지를 받지 않은 점도 의심스런 대목이다. 그러나 나토(NATO)의 대변인인 지미 커밍스 중령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그곳에서 한 명이 총을 난사했다는 것이고 우리는 한 명을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분노는 카르자이 대통령과 미국을 향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이웃에 사는 한 여성은 “신이 카르자이의 외아들을 죽여야만 우리가 느끼는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탈레반은 복수하겠다고 밝혔다. 칸다하르는 아프간 최대 민족인 파슈툰의 성지이자,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발원지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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