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공급 10% 초과하는데
정부는 ‘순환정전’ 등 실행력 부족
사고책임 전력부 장관 되레 영전도
미 언론 “인도, 고질병 고쳐야 성장”
정부는 ‘순환정전’ 등 실행력 부족
사고책임 전력부 장관 되레 영전도
미 언론 “인도, 고질병 고쳐야 성장”
‘인류 최대의 정전사태’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인도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수실쿠마르 신데 인도 전력부 장관은 31일 밤 인도 국영방송에 출연해 “일부 주에서 그들의 할당량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했다”며 “관리들에게 이들 주에 벌칙을 부과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인도 정부가 이번 정전의 정확한 원인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전체 전력망이 다운되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첫번째 정전은 지난 30일 새벽 1시께 발생했고, 두번째 정전은 다음날인 31일 오후 1시5분께 발생해 이날 밤 현재 75% 정도 복구된 상태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인도 동부의 미얀마 국경에서 서부 파키스탄 국경까지 2000마일에 걸친 18개 주와 2개의 연방직할령에 사는 6억8000만명이 영향을 받았다며 이는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부족한 사회기반시설(SOC), 형편없는 전력 상황, 정부의 실행력과 리더십 부족이라는 인도의 고질병이 다시 한번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망이 불안정해지면, 일부 지역에 전력 공급을 끊는 순환정전에 돌입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선출된 주지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전력망 관리자들이 문제를 방치해 국가 전체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30일 첫 정전 사태가 터진 뒤 세명으로 구성된 패널들에게 15일 안에 이번 사태의 원인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사고의 책임자인 전력부 장관이 31일 내무부 장관으로 영전한 데서 보듯 엄격한 책임 추궁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 3월 국가 통계를 보면, 인도의 전력 수요는 공급을 10.2%나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도 정부는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전력 생산량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발전량은 생각만큼 늘고 있지 않다. 석탄 부족으로 가동을 못하는 발전소가 많고, 송전과 배전 부분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공장이나 병원 등 주요 시설엔 대부분 디젤유로 작동하는 비상용 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도 최대주인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사는 의사 사첸드라 라지는 “인도에서 정전은 매우 일반적인 문제로 우리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정전으로 수백대의 지하철이 운행을 멈추고, 수많은 사무실, 병원, 공장 등의 가동이 중단돼 수억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취약하고 결단력 없는 중앙정부, 폐쇄적인 관료제, 공공의 이익을 희생하며 지엽적인 이슈에 집중하는 인도의 특성이 외국인의 투자를 가로막고 인도 젊은이들의 열의를 죽이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도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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