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회 의장 “부정의 없도록 노력”
파키스탄의 양심은 살아있는 것일까. 최대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한 신성모독죄 혐의로 구속돼 있는 기독교도 소녀(11)에 대한 구명 운동이 시작됐다.
영국 <가디언>은 27일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까지 포괄하는 이슬람 성직자와 신학자들의 모임인 ‘전 파키스탄 울레마(이슬람 신학자) 평의회’가 이 소녀에 대한 구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파키스탄 초교파 연맹’의 활동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메흐라바디에 사는 리프타 마시흐라는 이름의 기독교도로 신성모독죄에 해당하는 코란 소각 혐의로 지난 16일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그가 정말 코란을 태웠는지 증거가 분명치 않은데다 체포 과정에서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한겨레> 21일치 15면), ‘종교라는 이름의 야만’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 소녀가 정신 이상을 동반하는 다운증후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평의회의 의장인 타히르 아슈라피는 “정글의 법칙이 파키스탄을 지배하고 있다”며 “우리는 누구에게도 이런 불의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신성모독죄로 인한) 공포를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런 구명 운동과 어울리지 않는 몇몇 극단주의 단체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소녀의 정확한 정신 상태를 알려주는 의학 보고서는 28일 재판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번 운동을 이끌고 있는 파키스탄 초교파 연맹의 사지드 이스하끄는 “파키스탄에서 무슬림 성직자들이 비무슬림을 위해 들고 일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의와 편견 없는 조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나”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