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한 장의 다큐
신들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은둔하고 있을 듯한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유일한 땅, 남극. 전체면적의 98%가 빙하로 덮여 있고 얼음의 평균두께는 1600m에 이른다. 동시에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이다. 극히 적은 강수량과 연평균 기온 영하 50도에 머무는 극한의 추위가 모든 것을 얼려버리기 때문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얼음의 땅에서 “정복”, “개척”이라는 인간의 단어가 지니는 오만함은 무력해진다. 하얀 사막, 일곱번째 대륙은 스스로를 그렇게 지켜내고 있다. 2012년 12월.
서영걸 사진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