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중국에 남기고 간 독가스탄 탓에 피해를 본 중국인 청년 저우동(앞줄 왼쪽 셋째)이 2012년 4월 변호인단 등과 함께 일본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도쿄 지방재판소로 행진하고 있다. <중국망 신문중심> 제공
9년전 태평양전 포탄 만졌다가
독가스액 흘러나와 장애 얻어
일본 정부 상대 소송서 패소
“정의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
독가스액 흘러나와 장애 얻어
일본 정부 상대 소송서 패소
“정의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
“건강한 몸을 돌려받고 싶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개발한 화학무기는 과거의 문제일까? 12살 때 일본군이 버리고 간 독가스탄에 피해를 입은 중국인 저우동(21)은 12일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은 현실을 담담하게 증언했다.
저우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4년 7월이었다. 고향인 중국 지린성 둔화 교외의 냇물에서 놀다가 녹이 슨 포탄을 주웠다. 전쟁이 끝난 뒤 일본군이 버리고 간 독가스탄이었다. 녹이 슨 곳에서 독가스액이 흘러나와 오른쪽 무릎에 묻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함께 무릎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다. 그로 인해 저우는 두달이나 입원을 해야 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독가스에 손상된 저우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몸이 나른해지는 등 체력과 집중력, 면역력이 떨어졌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병이 옮는다”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2학년 때 자퇴했다. 그는 “그 뒤 일도, 공부도 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친척이 경영하는 컴퓨터 판매점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삶의 많은 기회를 놓친 사실이 억울하기만 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저우는 같이 독가스탄의 피해를 입은 리루하오(17)와 함께 2008년 일본 정부에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항소했지만 도쿄고등재판소도 지난달 26일 독가스 무기를 함부로 버린 당시 일본군의 행동의 위법성과 그것이 주민들에게 끼치는 위험성은 인정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사고를 예상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고 말았다. 저우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정의가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일본군이 화학무기의 개발·사용 사실을 감추려고 중국에 묻거나 강에 버린 수량은 일본 정부의 추정으로도 적어도 70만발에 이른다고 <아카하타>는 지적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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