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오바마는 아시아로 올 수 있나

등록 2014-04-25 20:11수정 2014-04-25 21:58

다음주의 질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로 오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표방한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23일부터 시작된 그의 일주일간 아시아 순방은 그의 대통령 재직시 처음으로 이뤄지는 아시아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 순방이다. 대통령에 재임한 지 6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야 이뤄졌다. 그들이 중시한다는 아시아 지역만의 순방이 이제야 이뤄진 사실은 이 정책의 허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 정책을 표방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포린폴리시>의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기고를 하면서부터다. 오바마도 그때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로 존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2년 반 동안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존재가 전략적으로 격상되기보다는, 긴장의 고조만 계속됐다. 시작부터가 그랬다. 오바마는 당시 오스트레일리아 다윈에 미 해병의 주둔을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방위선 후퇴를 천명한 1970년대 초반 닉슨독트린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주둔지를 추가한 것이었다. 이 시점을 전후해 미국은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방위조약 대상임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번 순방에서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센카쿠가 미-일 방위조약 대상임을 육성으로, 그리고 공동성명으로 확인했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이 입장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일본 사이의 그 조약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으며, 그래서 내가 지금 긋고 있는 것이 레드라인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센카쿠와 관련한 최종적인 주권 결정에 대해 우리는 입장이 없다”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조너선 폴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도하게 선전된 정책”이라며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자원을 투입할지… 의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포린폴리시> 인터뷰에서 “중동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아시아 정책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이 정책이 무력화됐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분명 아시아태평양으로 대외정책의 초점을 이동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부시 행정부가 벌여놓은 ‘긴 전쟁’이 벌어지는 중동에서 탈출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리셋) 정책을 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리아 내전의 격화와 이란과의 핵 협상 지지부진으로 중동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최악의 관계로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야금야금 먹어들어가는 러시아에 대해 말로만 을러대고 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오바마가 아시아로 오지 못하고 긴장만 고조시키는 근본 배경은 미국 국력의 한계이다. 1980년대 말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오바마 정부처럼 이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력한 정부는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전략적 무관심’이 아니라 무능력 그 자체다.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센카쿠에 대한 오바마와 아베의 언급을 두고 “닭털을 들고 영전으로 삼는다”고 응수했다. 일본이 센카쿠에 대한 오바마의 방위 보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을 두고 ‘하찮은 닭털을 가지고 명령하는 지휘봉으로 삼는다’고 비유한 것이다. 오바마의 발언은 하찮은 닭털일 뿐이고, 일본이 이를 가지고 호가호위한다고 조롱했다. 오바마는 아시아로 올 수 있나? 아니 미국 자체가 아시아로 오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영국서 말기 환자 조력사 허용 법안 첫 통과…“역사적” 1.

영국서 말기 환자 조력사 허용 법안 첫 통과…“역사적”

트럼프 ‘관세 폭탄’ 엄포 나흘 만에 트뤼도, 마러라고 찾아가 만찬 2.

트럼프 ‘관세 폭탄’ 엄포 나흘 만에 트뤼도, 마러라고 찾아가 만찬

“망연자실”…보행기 의지 95살 할머니에 테이저건 쏴 숨지게 한 경찰 유죄 3.

“망연자실”…보행기 의지 95살 할머니에 테이저건 쏴 숨지게 한 경찰 유죄

젤렌스키 “나토 가입되면 ‘영토 즉각 회복’ 없는 휴전 협상’ 가능” 4.

젤렌스키 “나토 가입되면 ‘영토 즉각 회복’ 없는 휴전 협상’ 가능”

미, “우크라 에이태큼스 공격해도 러시아 핵공격 가능성 적다고 판단” 5.

미, “우크라 에이태큼스 공격해도 러시아 핵공격 가능성 적다고 판단”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