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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말레이 경찰,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북한 여권 소지 남성 체포

등록 2017-02-18 13:29수정 2017-02-18 15:33

북한 남성 추정 공항 cctv 사진도 나와
북한 대사 부검 강력 반대 회견
말레이 당국 재부검 계획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4명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최대 중문 매체 성주일보는 18일 CCTV에 찍힌 남성 4명의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라고 밝혔다. 성주일보 누리집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4명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최대 중문 매체 성주일보는 18일 CCTV에 찍힌 남성 4명의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라고 밝혔다. 성주일보 누리집 갈무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북한 여권을 갖고 있는 남성 1명이 체포됐다. 이에 따라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지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8일 김정남 살해와 관련된 북한 국적의 남성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7일 밤 셀랑고르주 콘도를 급습해 이 남성을 체포했는데, 이 남성은 북한 여권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서류를 갖고 있었다. 여권에 적힌 이름은 ‘리정철(Ri Jong Chol)’로 1970년생이다. 이 남성이 이미 붙잡힌 여성 용의자 2명에게 범행을 지시한 ‘남성 용의자 4명’에 포함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17일 밤 쿠알라룸푸르 병원 영안실로 찾아와 김정남 시신 부검을 강하게 반대했다. 강 대사는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 쪽은 애초 북한 주민(김정남)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우리 대사관에 통보하면서, 그가 실제로 북한 인민인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는 그(김정남)가 외교관 여권을 지닌 인물이자, 영사보호 대상 인물이란 이유로 부검을 거부했지만, 말레이시아 쪽은 우리의 허가나 참관 없이 부검을 강행했다. 우리가 참관하지 않은 일방적 부검의 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때는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 쪽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며, 우리를 해하려는 적대 세력과 결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남한 괴뢰 정부가 최근 비참한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공화국의 이미지를 훼손해 여론을 왜곡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강 대사의 이날 갑작스런 영안실 방문과 부검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한밤의 긴급 기자회견이 ‘북한 국적의 용의자’ 체포와 관련이 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15일 김정남 시신 부검을 끝냈으나, 아직 부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중국어 매체 <동방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1차 부검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18일 재부검을 실시해 사인을 규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영자 신문 <뉴스트레이트 타임스>는 18일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경찰은 김정남 살해를 직접 실행한 여성 2명의 배후에 북한 남성 4명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이 살해 당한 13일 쿠알라룸프르 공항 폐회로텔레비전에는 김정남을 공격하는 여성을 50m쯤 떨어진 식당에서 지켜보던 남성 3명이 모습이 찍혔다. 또다른 남성 1명은 김정남을 공항에서 추적한 듯 보인다고 <뉴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전했다. <뉴스트레이트 타임스>는 피살 직후 김정남이 축 늘어진 모습과 함께 공항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남성 용의자 4명이 사진을 공개했다.

티토 카르나비안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체포된 여성 2명이 김정남 외에 다른 남성들에게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리는 공격을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는 김정남에게와는 달리 스프레이 안에 든 물질이 독극물이 아니라 물이었다. 여성들은 이런 공격을 3~4차례 했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이런 공격이 장난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티토 청장은 “여성들이 이런 행동을 몇달러씩 받고 3~4차례 했고, 범행 당일 김정남에게는 (남성들이) 스프레이 안에 위험한 물질을 넣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남 살해를 실행한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29)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9)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으며, 두 여성은 김정남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공격이 “장난인 줄 알았다”, “리일리티 텔레비전 쇼 촬영인줄 알았다”고 각각 진술했다.

현지 언론들은 체포된 도안 티흐엉과 시티 아이샤가 ‘아시아국가 출신 남성’을 알고 지냈으며, 각각 3개월과 1개월 전 말레이시아에서 문제의 이 남성을 만나 여행 동반자가 됐다고 전했다. 이후 두 여성 용의자는 이 남성과 함께 여러 차례 동영상 촬영 연습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체포된 북한 여권 소지 남성이 문제의 남성인지는 아직 정확하지는 않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아직 붙잡히지 않은 남성들을 계속 뒤쫓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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