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민들이 2012년 12월 뉴델리 도심에 모여 집단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23살 여대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인도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 이후 만연한 성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6살 소녀를 성폭행한 인도 남성들이 받은 처벌은 고작 ‘윗몸일으키기 100회’와 ‘벌금 5만 루피’(약 80만5000원)’였다. 범인들은 반성은커녕 부모를 때린 뒤 소녀를 산채로 불로 태워 죽였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5일 인도 현지 경찰 발표를 인용해 “인도 동부의 자르칸트주에서 16살 소녀가 두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뒤 산채로 불에 태워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녀는 지난 3일 가족들이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운 집에서 혼자 머물고 있었다. 두 남성은 집에 침입해 그를 납치한 뒤 근처 숲으로 끌고 가 잔인하게 성폭행했다.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딸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확인한 뒤, 마을 회의에 남성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동네 장로들이 내놓은 결론은 ‘윗몸일으키기 100개의 체벌과 5만 루피의 벌금’이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인도 농촌에선 분쟁 해결을 위해 긴 시간과 비용이 드는 사법제도를 이용하는 대신 마을 장로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마을 회의의 결론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인도 농촌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 같은 ‘관대한’ 처벌에도 두 남성은 분노했다. 현지 경찰은 <아에프페>와 인터뷰에서 “두 남자가 부모들을 때린 뒤 집에 들어가 친구들과 함께 살아 있는 소녀의 몸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인도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1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지만, 주범인 2명은 현재 도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한 해 평균 4만건(2016년 기준)의 성폭행이 벌어지는 ’성폭행 대국’으로 악명 높다. 인도 정부는 2012년 12월 뉴델리에서 발생한 여대생 버스 참사 이후 성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왔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올해에도 8살, 15살 소녀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져 2명의 각료가 사임하고 우타르 프라데시주 주의원이 체포되는 등 몸살을 앓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인도에서 최근 발생한 가장 끔찍한 성폭행 사례”라며 “성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대중들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인도 정부의 노력이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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