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30).
말레이시아 검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30)에게 살인죄보다 가벼운 죄로 기소 내용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한국 방송회사 직원이라는 남성에게 속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해 온 흐엉의 항변과 선처를 요구해 온 베트남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1일 열린 공판에서 법원에 흐엉의 기소한 죄명을 살인죄에서 그보다 벌칙이 약한 죄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고 <아사히 신문> 등 외신들이 전했다. 검찰의 이 제안에 따라 재판부와 흐엉의 변호인은 이를 받아들일지를 놓고 협의에 들어갔다.
<아사히 신문>은 기소 내용이 기존의 살인죄에서 위험한 흉기를 사용해 상해를 입힌 죄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살인죄가 적용될 경우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해죄 등으로 죄명이 바뀌면 최대 형량이 징역 10년에 그치게 된다.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11일 공판에서 또다른 피고인이었던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를 석방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을 받아 살인죄 기소를 취하하고 석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도 “베트남인인 흐엉에게도 같은 선처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레이시아 당국에 요청해왔다. 그렇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이 인도네시아인 피고인과 달리 흐엉을 즉시 석방하진 않은 것으로 봐 그에게 어느 정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흐엉과 시티 아이샤는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독성물질인 브이엑스(VX)를 발라서 숨지게 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검찰에 구속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북한의 공작원에게 속았다”, “한국 방송의 몰래 카메라에 출연하고 있는 줄 알았다”, “숨진 이가 김정남인 줄 몰랐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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