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함의 모습. 미국 항모와 달리 사출기 방식이 아닌 스키점프 방식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23일 해군 창군 70주년을 맞아 칭다오와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국제관함식 행사를 연다. 중국 해군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과 신형 잠수함·구축함 등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어서, 중국 해군의 전력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일본 등 관련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츄옌펑 중국 해군 부사령관은 20일 북해 함대 사령부인 산둥성 칭다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칭다오와 그 주변 해역에서 해상열병(관함식) 행사를 개최한다. 중국 외에도 러시아·타이·베트남·인도 등 10여개국에서 20여척의 선박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 부사령관은 또 이번 행사에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과 이 행사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신형 잠수함·구축함·전투기 등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행사의 의미와 규모로 볼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행사를 주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관함식은 중국 근해를 넘어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등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려 하는 중국 해군의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드러내듯 츄 부사령관은 이 행사에 잠수함군·구축함군·호위함군·상륙함군·보조선군·항모군 등 함선 32척이 6개군으로 나뉘어 등장한다고 밝혔다. 공중에선 중국 해·공군이 자랑하는 조기경보기·정찰기·대잠초계기·폭격기·전투기·함재기·함재헬리콥터 등 39기가 비행한다. 중국 <신화통신>은 19일 오전 10시께 외국 함선 가운데 싱가포르 해군 호위함이 처음 칭다오 대형 부두에 도착했다고 밝히는 등 이 행사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호위함 스즈쓰키가 23일 열리는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입항하고 있다. 칭다오/교도 연합뉴스
이 관함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처음 외국 함정들 앞에 속살을 드러내는 항모 랴오닝이다. 이 배는 옛 소련이 건조하다 중단한 것을 중국이 1998년 사들여 개조한 뒤 2012년 8월 실전 배치한 것이다. 랴오닝은 2016년 12월 미국이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서태평양에 처음 진출해 대양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중국 해군의 의지를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실전 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두번째 항모인 ‘샨동함’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봐 이날 행사엔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엔 중국 당국이 공개한 4개국 외에 한국·북한·일본·필리핀·싱가포르 등에서도 함선을 파견한다. 특히, 야마무라 히로시 일본 해상막료장(한국의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중일관계의 개선 흐름을 상징하듯 3박4일 동안 중국을 방문해 관함식과 심포지엄 행사에 두로 참석한다. 일본이 중국에 함선을 파견한 것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갈등이 첨예화되기 직전인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러나 중국과 서태평양·남중국해·대만해협에서 날카롭게 맞서 있는 미국은 함선 대신 베이징 주재 무관만 보내기로 했다. 미국은 10년 전인 60주년 행사 때는 이지스함을 파견했었다. 미 해군은 지난해 5월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중국의 군사거점화에 대응한다”며 그해 여름 예정된 환태평양연합훈련(RIMPAC·림팩) 훈련 초청을 취소했었다. 북한에선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권혁민 해군참모차장(중장)이 이끄는 대표단과 신형 호위함 경기함(2500t)이 참가한다. 북한과 일본이 대장을 보내는 것에 견주면 격이 낮다. 10년 전 당시 정옥근 해군참모총장(대장)과 아시아 최대 규모 상륙함 독도함이 참석한데 견주면 격이 떨어진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한-중 간 관함식 참가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시행한다. 지난해 열린 제주 관함식에는 중국이 함정을 보내지 않고, 동해함대 사령원(중장급)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 해상사열, 만찬 등 각국 행사가 적지 않은 만큼, 남북 접촉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길윤형 기자,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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