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1일(현지시각) 국방 전력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2700억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225조원)를 투입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2020 방위전략 수정본’을 공개했다. 캔버라/AP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가 국방 전력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2700억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225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1일 국방 아카데미 연설에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험난한 국제 정세에 직면해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현지 <에이비시>(A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2020년 방위전략 수정본’에 명시된 국방 예산은 2700억오스트레일리아달러로, 2016년 발표 금액(1950억오스트레일리아달러)보다 40%나 증액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이를 토대로 미국으로부터 AGM-158C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을 구매하는 등 타격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드론(무인기) 등 신형 장비에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이처럼 국방 전력 강화에 나선 것은,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대놓고 중국 때문이라고 언급하진 않았지만 인도 접경 히말라야 지역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 최근 중국이 국경·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을 열거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이 각국의 패권쟁탈 중심지가 되고 있다”며 “더욱 빈곤해지고 위험하며 질서를 잃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방위전략 수정본은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과 중국은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와 중국의 관계도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샘 로거빈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모리슨 총리의 이날 연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는 동시에 미국이 과거에 비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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