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라이언 로 전 <빈과(핑궈)일보> 편집국장이 13일 법정에 출두하기 위해 수갑을 찬 채 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연대체이자 지난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민간인권전선이 자진 해산 수순에 들어갔다. 시민사회를 겨냥한 홍콩 공안당국의 파상 공세가 절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3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 말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발효 직후부터 공안당국의 집중 공세 대상이었던 민간인권전선이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홍콩 최대 단일 노조였던 교사노조에 이어 시민사회의 구심점이었던 민간인권전선까지 사라지면 홍콩 시민사회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2002년 9월 홍콩 당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맞서기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체로 출범했다. 보안법 제정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우려한 홍콩 시민사회는 공동 대응을 위해 그해 9월13일 인권전선을 결성했다. 당시 인권전선에는 △인권단체(4) △정치단체 및 정당(10) △직능단체(3) △종교단체(6) △노동단체(4) △학생단체(3) △여성 및 성소수자 단체(7) 등이 참여해 사실상 홍콩 시민사회를 망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03년 들어 홍콩 정부가 입법회에서 보안법 심의를 강행하자,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반환 기념일인 7월1일에 맞춰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 행진에 홍콩 시민 50만명이 참여하면서, 홍콩 당국은 결국 보안법 입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민간인권전선은 해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7·1 행진’을 주최하는 한편,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원탁회의 구실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19년 초부터 홍콩 당국이 송환법 제정에 나서자, 홍콩 시민사회는 민간인권전선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그해 6월9일 열린 첫 집회엔 홍콩인 7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하는 약 100만명, 16일 열린 2차 집회엔 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하면서 결국 입법이 중단됐다.
이후에도 홍콩 시민들은 경찰 유혈진압 처벌과 시위대 석방 등 ‘5대 요구’와 함께 광범위한 민주적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그해 11월 말 치러진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는 사상 최대 규모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홍콩과 중국 당국으로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결국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지난해 6월 말 홍콩보안법을 전격 입법하고, 홍콩에 대한 ‘직할체제’ 구축에 나섰다. 보안법 발효 직후 시작된 시민사회에 대한 공안당국의 대대적인 공세 속에 민간인권전선의 활동도 사실상 중단됐다.
올 들어 홍콩 경찰은 민간인권전선의 재정 및 운영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임을 노골적으로 경고해왔다. 이 단체 상임의장인 피고 찬은 2019년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5월 징역 18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사회민주연맹 소속 구의원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상임의장이었던 지미 샴도 지난 2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사회를 겨냥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민주당·공민당 등 범민주파 정당과 교사노조를 비롯한 대형 단체들이 줄줄이 민간인권전선 활동을 접었다. 이에 따라 48개였던 민간인권전선 참가단체는 노동당·홍콩직공회연맹·사회민주연맹 등 10개로 줄었다. 이 단체의 대표적 행사였던 ‘7.1 행진’은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처음으로 불허됐으며, 올해는 불허가 확실한 터라 아예 집회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마응옥 홍콩중문대 교수는 이날 <홍콩방송>에 “장기간 이어온 일상적인 활동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 환경 아래서 민간인권전선이 해산을 결정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안당국은 단체 해산 이후에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기세다. 레이몬드 시우 경무처장은 친중 매체 <대공보>(타쿵파오)와 한 인터뷰에서 “민간인권전선이 최근 몇 년 새 주최한 집회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말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집회는 없으며, 홍콩보안법은 ‘소급 적용’ 규정이 없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