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팀 유니폼 입고 훈련하는 황위팅의 모습. 대만 <자유시보>
중국 대표팀 경기복을 입고 훈련을 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을 빚은 대만 올림픽 대표선수가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20일 <대만중앙통신>(CNA)의 보도를 종합하면, 쑤전창 행정원장(총리 격)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성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 출전한 황위팅(33)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또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적절한 제재를 하라고 덧붙였다. 통신은 뤄빙청 행정원 대변인의 말을 따 “국제 대회에 나라를 대표해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다. 국가의 위상과 존엄을 해할 수 있는 행동과 말을 삼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황위팅은 지난달 23일 중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몇년 전 독일에서 함께 훈련하며 가까워졌던 중국 선수를 최근 국제대회에서 다시 만났고, 중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지난 3일 해당 영상을 삭제한 바 있다.
대만 내부에선 “중국이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만 국가대표 선수가 중국 대표팀 경기복을 입고 훈련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의 주장에 따라 ‘대만’이 아닌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해야 하는 현실도 황위팅에 대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애초 대만 체육당국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았다”고 경고했을 뿐 별다른 제재 조처는 취하지 않았고, 황위팅은 지난 4일 개막식에서 ‘차이니스 타이베이’ 기수로 입장했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대만 선수는 황위팅을 포함해 모두 4명이다.
황위팅은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 당시 1000m에서 금메달, 500m에서 은메달을 각각 따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500m와 1500m에서 각각 26위, 1000m에선 24위를 기록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며,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신은 “황위팅은 19일 이미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20일 폐막식에선 알파인 스키 선수인 리원이(19)가 기수로 나선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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